삼성 지배구조 개편 퍼즐, 삼성물산 '주목'
2015-01-20 08:00:00 2015-01-20 08:00:00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물산(000830)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삼성물산'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으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있는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028260) 간 합병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같은 밑그림의 근거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제일모직과 합병해 지주회사를 형성하는 형태의 종전 시나리오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까지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는 시장의 예측일 뿐,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여러 면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지분구조를 보면, 특수관계인 중 삼성생명이 7.21%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이 4.0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지분(3.38%)이나 삼성화재 지분(1.26%)보다 높다.
 
불과 0.57%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과 같은 삼성생명을 통한 간접지배는 금산분리 문제로 위험부담이 큰 데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최소 3조~4조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회장이 와병 중이어서 그마저도 당장 넘겨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차선책은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과 합병한다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할 수 있는 힘은 훨씬 커진다.
 
현재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 간의 연결고리는 취약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특수관계인 최대지분은 삼성SDI(006400)가 보유하고 있는 7.18%이며, 삼성생명이 4.65%로 뒤를 잇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37%를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자 리포트에서 제일모직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제일모직이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명확한 시나리오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한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의 삼성SDS 지분(17.1%)까지 확보하게 된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까지 가정한다면 제일모직은 합병비율에 따라 7%에 가까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분까지 감안한다면 제일모직-삼성전자를 관통하는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논거를 폈다.
 
이는 앞으로 금산분리법 등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정부분 처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감안하더라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가지는 상징성 역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가 삼성물산의 출발점이다. 삼성을 물려받고, 삼성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뿌리인 삼성물산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제일모직이 삼성 이름을 달지 않은 점도 삼성물산에 대한 무게감을 높여준다.
 
여기에다 제일모직과 상당 부분의 사업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제일모직의 건설, 플랜트, 리조트 부문과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간 합병은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재편에도 긍정적이다. 이 경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누이인 이서현 사장이 가져가고, 삼성물산의 상사부문을 분리해 내는 부분이 과제로 남겨질 수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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