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사실상 기업인 가석방 허용..시점은 3.1절
2015-01-12 14:47:51 2015-01-12 14:47:51
ⓒ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 양지윤기자]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 취임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론적 발언처럼 보이지만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재벌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번 발언은 사실상 가석방을 허용하는 변화된 입장으로 읽힌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권도 힘을 보탰고, 여기에 실권을 쥔 박 대통령이 매듭을 짓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민 법감정과 형평성을 종합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법무부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물론 여론에 대한 부담을 법무부로 미뤘다는 지적도 있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주체가 돼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모범수형자를 대상으로 내리는 '행정처분'이다.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이 가석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장 대상이 되는 기업인은 징역 4년형 중 절반을 채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3년6개월의 형량 중 22개월을 보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 2년을 넘긴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특히 SK그룹의 수장인 최 회장의 경우 옥중에서 사회적기업 저서를 펴내는 등 여론 달래기에 애쓴 데다, SK그룹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정부의 창조경제를 적극 지원하는 등 환경적인 뒷받침까지 해주고 있어 가능성이 무척 높다.
 
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투병 끝에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됐고,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재판 중인 다른 재벌그룹 총수들도 건강을 이유로 병원을 오가며 불구속 중인 점도 고려 대상이다. 
 
가석방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3.1절이 첫손에 꼽힌다. 가석방이나 사면복권은 통상 설, 추석 등 명절과 3.1절, 8.15광복절 등 국가공휴일, 그리고 대통령의 취임기념일 등에 집중적으로 집행돼 왔다.
 
현재 가석방이 가능한 일정은 가깝게는 설날인 오는 2월19일, 취임 2주년인 2월25일, 3.1절 등이 있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정은 3.1절이다.
 
설날 특사는 일정상 너무 이르다는 문제가 있고, 취임 2주년은 청와대의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박 대통이 "법무부 장관이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는 점도 이날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가석방이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는 3.1절로 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SK그룹은 박 대통령의 가석방 언급을 내심 반기면서도 외형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당사자가 나서서 좋은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사자인 우리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묵묵히 우리 할 일을 하면서 기업의 소명을 다할 뿐이다. 대통령의 말씀에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