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은 한마디로 회색빛이다. 올해보다 약간 좋아지거나 비슷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은 내년에도 견조한 회복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신흥국의 성장여력은 여전히 부족해 글로벌 경제 전체적으로는 선진 경제 회복에도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0달러대로 내려온 유가와 강달러 등도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시작되는 2015년, 글로벌 경기회복과 증시상승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지 2015년 세계의 모습을 3회에 걸쳐 미리 전망해본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는 201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올해 예상치 3.3%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의 3.3%에서 3.7%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국가별로는 명과 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홀로 탄탄한 성장세를 과시하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는 경기 침체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정책들 역시 차별화된 양상을 띌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3차 양적완화(QE)를 종료한 미국이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 부진의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美경제, 3%대 성장 예상..핵심 키워드는 '금리 인상'
내년 미국 경제의 주요 화두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위원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지만, 이보다 더 빠른 시점을 점치는 의견들도 있다.
연준은 이달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통화정책 정상화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라는 표현으로 변경했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낮춰줬지만,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에도 연준이 성명서 문구를 변경한 뒤 5개월 만에 금리가 높아졌다.
이미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유가가 30% 하락하면 선진국 국내총생산(GDP)이 0.8%포인트 상승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 간의 패권 다툼으로 지난 6개월 새 반토막나 버렸다.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지출을 늘리며 생산→고용→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준선인 6% 밑으로 떨어졌고, 구인율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또 다시 소비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1%포인트 상승한 3.1%로 제시하기도 했다. IMF는 더 나아가 내년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3.5%로 올려 잡았다.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가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3%로 미 국회예산처(CBO)가 제시한 잠재 성장률(1.7%)을 훌쩍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2015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풍은 무시할 수 없다. 과거 2000년대에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으로 서브프라임 부실이 확산돼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적 있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달러는 미국의 경기 자신감을 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및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에서 대외 무역이 기여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탄력 잃은 유럽 경제, 내년에도 '빨간불'
유럽 경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피로감, 원자재 가격 하락, 총유동성(M3) 증가율 하락 등의 악재들이 유로존 경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작년 4분기 이후 줄곧 1%를 밑돌았고, 경제성장률도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ECB는 내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6%에서 1%로 낮춰 잡았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1%에서 0.7%로 내려갔다. 또 OECD는 내년도 유로존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1.1%, 0.6%를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물가 상승률 전망>
특히,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초래한 남유럽 국가들이 아직 디플레이션에 허우적대고 있는 점이 문제다. 여기에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 물가 상승률까지 내수 부진으로 주춤해져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분데스방크는 내년 독일 경제 성장률이 1.0%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제시한 2.0%에서 절반 수준으로 하향된 것이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 경제는 재정운용, 거시경제,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구조적 제약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사회 보장비 지출 규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업급여는 유로존 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관대해 오히려 구직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성장률이 0%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진 탓에 프랑스는 경제 개혁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ECB는 내년에도 유동성 확대 정책을 지속해 유로존 경제에 새 피를 수혈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QE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큰 힘을 얻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상반기에 자산매입 범위를 자산유동화증권(ABS)·커버본드 등에서 국채로 넓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NP파리바는 내년 1월 ECB가 60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JP모건도 같은달 5000억유로의 국채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中·日 경제 전망 안갯속..돈 풀기 집중
중국과 일본의 돈풀기 정책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두 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세는 큰 폭으로 후퇴해 추가 부양책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을 포함한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도 중국 경제 성장률은 7% 안팎이다. 인민은행도 내년 성장률이 올해의 7.5%에서 7.1%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6.8% 전망치를 내놓은 노무라증권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30%가 넘는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잿빛 전망의 배경에는 저조한 수출 증가율, 정부 투자 의지 약화, 부동산 경기 악화, 그림자 금융 등이 꼽힌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실질 수요 감소 및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적 한계 때문에 중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부동산 규제 고삐를 늦췄음에도 수요가 많은 베이징·상하이의 주거·상업용 건물 가격마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노무라증권은 내년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올해의 12%에서 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 성장세를 위한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UBS는 "인민은행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성장 둔화에 기반한 '뉴노멀' 시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부양책'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20% 수준인 중국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은 내년 1분기 19.5%, 2분기 19%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경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OECD는 내년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1%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최근 제시한 내년 전망치는 1.70%로 이전 수치보다 0.39%포인트 높아졌다. 노무라증권도 예상치를 2.1%에서 2.2%로 올려 잡았다.
일본 경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2012년 2차 아베 신조 내각 출범 이후 3분의 1 넘게 추락했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과감한 돈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차 아베 내각이 닻을 올림에 따라 아베노믹스의 추진력과 엔저 흐름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펀드의 전 자문역인 후지마키 다케시 유신회 의원은 달러·엔 환율이 200엔을 상향 돌파(엔화 가치 하락)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엔저 부작용도 간과할 수는 없다. 아베노믹스는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가계와 민간 소비에는 부담을 안겨줬다. 서민들의 식탁 물가와 에너지 수입 가격까지 끌어올린 탓이다. 더 큰 문제는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의 투자까지 함께 위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질 설비 투자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향후 소비 심리를 살리는데 2차 소비세 인상(8→10%) 연기 결정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당초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을 1년 6개월 늦추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민당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세를 18개월 미루는 것은 0.5%포인트 상당의 GDP 부양 효과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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