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이진혁. (사진=KBL)
[고양=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함성보다 공 튀기는 소리가 더 컸다. 코트를 지켜보는 눈이 있어도 주인공은 다른 이의 몫이었다.
전주 KCC의 이진혁(24·186cm)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했다. 오히려 그는 "관중들이 찾아왔다"며 웃어 보였다.
이진혁은 지난해 프로농구연맹(KBL) 2군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8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사실상의 2군 리그인 윈터리그에서 지난해 12경기에 나선 게 전부다.
이진혁은 프로농구의 마지막 '2군 드래프트' 출신이다. KBL이 지난해를 끝으로 2군 드래프트를 폐지하는 대신 올해부터 'D리그'를 출범했기 때문이다.
"농구계를 떠나는 2군 선수들을 보며 불안함을 느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2군 드래프트가 없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특히 그랬다. 다행히 D리그가 출범한다는 사실을 한 달 전쯤에 알았다. 그때 참 좋아했다. 지금은 이렇게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10일 경기도 고양실내보조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BL D리그 공식 개막전은 전주 KCC와 상무의 경기로 시작했다. 프로 선수들이 즐비한 상무를 상대로 KCC 2군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진혁도 그 가운데에서 열심히 뛰었다. 머리칼이 흠뻑 젖도록 37분을 뛰며 13점(3점슛 3개 포함) 5리바운드를 올렸다.
하지만 더욱 빛난 것은 온통 경기에 집중한 그의 모습이었다. 이진혁은 제대로 된 공격 기회 한 번 잡기 어렵고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해야 했지만 이따금 나오는 3점슛 기회를 적절히 살렸다. KCC를 이끈 정선규 감독은 그에게 코너 3점슛의 정확한 위치까지 지시하는 등 세심하게 지도했다.
경기는 한눈에 봐도 KCC와 상무 선수들의 수준 차가 드러났다. 신장 차이는 둘째고 수비와 조직력, 슈팅력 모두 상무의 우위였다. KCC는 54-97로 상무에 완패했다.
이진혁도 이런 기량 차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슈팅가드임에도 뒤에서 수비를 봐야 했다. 김동량(전 모비스·198cm), 유성호(전 삼성·199cm), 최진수(전 오리온스·202cm) 등과 맞붙으며 신장과 힘의 차이는 더욱 도드라졌다.
최진수는 이진혁을 앞에 두고 자연스럽게 점프슛에 성공하기도 했다. KCC 관계자는 "사실상 가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보니 신장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진혁은 대진고등학교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뒤 건국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진고 시절이 최고의 전성기였다. 성재준(오리온스)와 쌍포로 뛰었다. 건국대에서는 (최)부경(SK)이 형과 (한)호빈이 같은 좋은 선수가 있었지만 나는 몸이 약했다. 근육 파열 같은 잦은 부상 때문에 딱히 활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진혁은 D리그가 반갑기만 하다. 누군가는 어렵다고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가슴 속 한구석엔 여전히 1군 진출에 대한 꿈이 있다.
"1분 1초라도 1군 무대에서 뛰는 게 목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그래도 윈터리그보다 더 환경이 좋아졌다. 팀도 많이 나오고 관중도 찾아왔다. 아무래도 경기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D리그에 출전하는 KCC 선수들은 1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한다. 훈련은 따로 해도 생활이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는 게 선수들의 의견이다.
이진혁을 포함한 KCC 선수들도 내년 1월22일까지 열리는 1차 D리그에서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KBL 관계자는 "내년 1월26일부터 2월17일까지 열리는 2차 D리그에서는 상무가 빠진다"며 "아무래도 상무는 프로1군 선수이기 때문에 기량 차가 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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