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20일 서울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막판에는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함축적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끈질기게 추격하던 경기를 허술한 수비와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며 스스로 내줬다. 13점 차를 따라가던 선수들의 의지가 한순간 퇴색됐다.
◇인천 전자랜드의 정영삼(오른쪽)과 서울 삼성의 이정석. (사진=KBL)
이날 경기 종료 41초를 남기고 전자랜드의 정영삼은 골밑으로 돌파하다 왼쪽 코너에 있는 이현호에게 공을 건넸다. 수비 한 명 없이 편하게 공을 잡은 이현호는 그대로 솟아올라 3점슛을 넣었다.
81-79로 간신히 앞서가던 전자랜드는 이 슛으로 순식간에 84-79까지 점수를 벌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경기는 불과 38초밖에 남지 않았다.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뒷목을 잡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곧장 작전 타임을 부른 이상민 감독은 목소리를 높이며 격양된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했다.
하지만 작전 타임 후 시작된 삼성 공격에서 이정석은 공을 몰다 뺏기며 스스로 추격의 불씨를 끄고 말았다. 이상민 감독이 구상한 패턴은 시도조차 못 했다.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실책이 다시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최근 7시즌 동안 삼성은 최다 실책 팀이란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도 5경기를 치러 14.4개로 최다 실책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의 전임 안준호, 김상준, 김동광 감독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 또한 자신의 농구를 펼쳐보기도 전에 선수들의 잇따른 실책을 겪으며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7시즌 동안 서울 삼성의 실책. (정리=임정혁기자)
다만 삼성은 장점 하나는 확실해졌다. 올 시즌 5경기에서 25개의 속공을 펼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속공 2위인 울산 모비스(5경기·17개)와는 8개나 차이 난다.
이상민 감독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지난 4월 감독 부임 직후 만난 이상민 감독은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하려 한다. 간절함이나 절실함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6일 열린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빠르고 재밌는 농구를 펼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기록했다. 이상민 감독의 인기와 빠른 농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것은 실책을 줄여 재미와 성적을 모두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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