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올 하반기 들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부진한 기업 실적을 꼽으면서도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 투자의견은 유지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현재까지 발간된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는 없다.
올 상반기 총 8건의 매도 리포트가 나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봤을 때 올 하반기 증시와 기업경영 상황이 상반기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대비 3.34포인트(0.17%) 떨어진 1925.51에 마감됐다.
지난 2월 1860선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정부 정책 기대감 등에 점차 올라 지난 7월 2090선까지 달했지만 약 3달 뒤인 현재까지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엔 코스피가 1900선을 하회할 경우에 대비한 투자 전략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시황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지수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을 꼽았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부담감이 확대되면서 외국인이 순매도세로 전환했고 올 3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 또한 이어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산업 분석을 담당하는 전문가들 역시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매수하라는 태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매도 리포트의 발간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 작성은 전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기업과 산업 상황에 비춰봤을 때 애널리스트 판단에 따라 투자의견이 정해지는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투자의견을 크게 매수, 중립, 매도로만 구분해 봤을 때 증권사마다 각 투자의견별 반드시 작성해야할 비율이 정해지지 않기 때문에 굳이 매도 보고서가 나올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연초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발간하겠다고 한 것은 맞지만 월별로 몇 건씩 쓰겟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애널리스트 본인이 담당한 섹터 내에서 매도하기에 적합한 종목이 나왔을 때 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상장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증권사들의 여건상 종목분석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많이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최근 5년간의 매도 리포트 발간 내역을 보더라도 한 증권사가 꾸준히 매도 의견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2100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부끄럽긴 하다"며 "하지만 증시 상황에 대해 전망치를 내놓는 것과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놓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만 표명해도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그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로부터도 상당한 불만을 들을 때가 있기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작성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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