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해 1월 모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받았다. 주변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뺐으나, 주차장 폐쇄회로(CC)TV에 이 장면이 담겼다. 이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피해자와 6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에 이 일이 알려지며 탈이 났다. 회사는 이씨가 접촉사고를 내고도 도주한 것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파렴치'한 행위로서 징계사유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사고가 난 시간은 업무시간었고, 차고를 낸 차량도 회사 소유였다.
회사는 접촉사고 후 도주·미처리, 근무지이탈, 회사차 무단사용의 이유를 들어 이씨를 해고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는 이모씨가 "해고는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만 해고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씨의 '사고 후 미처리'가 해고할 정도로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가 모텔 주차장에서 사고를 냈을 때 피해차량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아서 특가법상 도주차량죄가 성립하지 않고, 업무상 과실로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도로교통법 제151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장소가 모텔 주차장이고, 이씨는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고자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151조 위반은 법정형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반의사불벌죄이다. 반면에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씨가 도로교통법 제151조 위반죄를 범한 것이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에 해당하는 이씨의 행위를 해고사유로 삼은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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