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 도입안을 내놓았지만 문제해결의 근본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가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해법을 오는 2060년 고갈이 예견되는 공적연금 개혁에서 마련할 생각은 않고 사적연금에서 찾는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이라는 주장은 새겨들을만 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8일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해 공적연금의 빈 곳간을 메운다는 논리"라며 "국민의 노후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결국 재벌을 위한 사적연금 시장에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주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노총도 "공적연금 강화 없는 사적연금 활성화는 노후소득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면서 "정부는 공적연금은 축소하면서 이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후소득 보장이 절실한 노동계로부터 정부가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 외면을 받고 있는 것.
전공노와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빌미로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통한 금융·증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사적연금 가운데 개인연금보다 덜 안착된 퇴직연금에 주목해 강제로 가입하게 한 뒤, 이 기금 운용을 통해 자본시장이 활력을 찾는 효과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증세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언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의무화는 경제활성화의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자산운용사를 보유한 증권주들의 장기적 수혜를 낙관하는 관측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문제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 활성화로써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선진국들의 소득대체율 평균치는 70% 정도다. 대한민국에서는 은퇴 전 벌던 한달 소득의 반도 안되는 돈으로 노후를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2011년 기준 한국 노인 빈곤율(48.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6%)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정부는 공적연금의 개혁 대신 사적연금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서 20~30%의 소득대체율 보완이 이뤄져 노후소득 보장 70%를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계산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이러한 우려와 더불어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관련해 확정급여형(DC) 또는 IRP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현행 40%에서 70%까지 늘리는 규제 완화로 인해 예상되는 투자 위험성, 퇴직연금 의무화로 영세사업장이 안게 될 부담 등도 이번 대책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일정 및 대상. (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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