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김진양기자] 최근 중국 행정부내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국무원이 '국가집적회로발전추진요강'을 승인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내년부터 중국 정부가 대규모 펀드 조성해 현지 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경우 파운드리 시장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3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총 1200억위안(한화 19조458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중국 정부는 정부 주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각종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보조금 지원보다는 투자 방식으로 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유도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6년 내로 매년 중국 ICT 기업의 매출을 20% 늘려 해외 업체와의 간극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이 뒤쳐져 있는 첨단 산업부문은 반도체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현재 중국 칩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며 매년 반도체 수입을 위해 2000억달러(201조84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반도체산업 고도화를 위해 32나노, 28나노 공정기술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향후 또 2020년까지 모바일 디바이스, 네트워크통신,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 육성과 발맞춰 16나노, 14나노 제조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아직 파운드리 기술력으로는 현재 28나노 공정에 주력하고 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격차가 있다. 또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와는 전혀 다른 공정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 당장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관측된다.
반론도 있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대대적인 메모리 라인 투자유치에 성공한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육성방안을 발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측 발표가 시스템 IC가 아니라 메모리반도체까지 포함하는 의미의 '집적회로'였기 때문에 메모리 관련 투자도 준비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미 진행 중인 LCD 산업 육성 전략의 사례를 살펴볼 때 관세정책의 변화도 예측 가능하다. 지난해 중국은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화싱광뎬(華星光電) 등을 살리기 위해 LCD 수입에 대한 관세를 5%로 끌어올린바 있다. 또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대한 세제혜택과 지원을 쏟아부어 고성장세를 유지하며 한국, 일본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칩셋,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기업을 모두 추월한 상황이다. 칩세트 부문에서는 스프레드트럼이 지난해 매출 13억5500만달러, 하이실리콘은 10억700만달러로 두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부문에서는 올위너가 지난해 태블릿AP 시장에서 10.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퀄컴, 삼성전자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파운드리 사업이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IC 사업이 워낙에 다양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어떤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할지 알 수 없다"며 "삼성전자는 글로벌파운드리와 함께 14나노 핀펫 공정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중국 시안에서 열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권오현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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