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라크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도를 표방하던 지방 부족들이 반군의 대열에 가세해 종파 간 대립 구도가 강화됐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라크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시아파 성향의 정부군과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이날 디얄라주의 주도 바쿠바에서 맞부딪쳤다.
ISIL은 바그다드 동북부쪽 60%까지 세력을 확대하는 등 남진을 지속하면서 바쿠바까지 손을 뻗었으나, 정부군은 이들의 공격을 물리쳤다. 이 과정에서 수니파 수감자 수십명이 처형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라크 군부는 반군이 박격포를 쏴 52명의 수감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현지 경찰은 시아파 민병대가 44명을 즉결 처형했다고 밝혔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이든 간에 지난 2006~2007년 동안 지속된 종파 내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 2006년 2월23일에 벌어진 아스카라 사원 폭탄테러로 이라크 내란이 수니파 대 시아파의 내전으로 확산된 바 있다.
◇바그다드 북부 사드르 폭탄 테러 현장 (사진=로이터통신)
이날 시아파가 몰려있는 바그다드 북부의 사드르 시장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져 내전 불안감은 더 증폭됐다.
종파 간 대립 구도를 강화시키는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극단주의를 거부해온 지방 부족들이 정부의 군정운영에 실망한 나머지 ISIL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셰이크 카미스 알 둘라이미 부족 지도자는 "이번 반란은 지난 11년 동안의 불공정과 박해에 따른 혁명"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백명에 불과한 ISIL이 정부군과 맞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지방 부족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국민들과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274명의 미군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유엔(UN)도 바그다드에 상주하던 직원들 58명을 요르단으로 피신시켰다.
UN은 이라크가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믈라데느프 주이라크 UN 특사는 이날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는 수년 만에 최대 위협에 직면했다"며 "지금 이라크는 붕괴 직전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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