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근무복의 냄새로 인해 승객들에 피해가 될까 두려워 버스를 타지 못하고 오토바이로 출퇴근해 오다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의 골절상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명수)는 평택시 소속 환경미화원 이모씨(61)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업무와 근무지의 특수성으로 인해 출퇴근 방법에 대한 선택이 원고에게 유보된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며 "원고의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원고는 냄새나는 청소복을 입어야하고 빗자루와 헬멧 등 청소도구를 지참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 "원고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평택시가 환경미화원들에게 출퇴근용 교통편과 탈의실·샤워장·옷장 등의 시설을 제공하지 않아 환경미화원들은 입던 청소복을 입고 출퇴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평택시에서 거리청소 업무를 담당해 온 이씨는 탈의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더럽혀진 근무복을 입고 출퇴근해 왔다.
이씨는 버스를 타고 출근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옷 냄새로 주변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생각해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해오다 지난 2012년 4월, 차량추돌사고로 허리와 어깨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그는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이뤄진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재판부는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 이용가능 여부에 따라 출퇴근 과정에 대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