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연초부터 유가증권시장의 기업들이 자사주 카드를 꺼내며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신규투자보다는 여유돈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경영진과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속속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건수는 13건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6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기업들은 주가를 올리거나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한다.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하는 만큼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경영권 안정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자사주로 매입한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남아있는 주주들의 의결권이 확대되는 반사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규모가 제일 큰 곳은
SK(003600)다. SK는 지난 26일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4195억원 규모의 자사주 235만주를 장내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자사주 취득은 처음이다.
제일기획(030000)도 오는 28일까지 3개월동안 장내에서 보통주 360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생명(032830)보험도 보통주 200만주, 약 1994억원어치 자사주를 오는 29일까지 매입완료할 계획이다.
대신증권(003540)은 보통주 180만주와 제1우선주 60만주, 제2우선주 24만주를 시장에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광동제약(009290)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주 50만주를 사들였고,
경남에너지(008020)는 소액주주의 지분 51% 전량인 1540만주를 자사주로 취득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자사주 취득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자사주 취득 소식부터 이날까지 SK, 삼성생명은 각각 5.52%, 1% 올랐다. 경남에너지의 경우 자사주 매입 이후 이날까지 52% 급등했다. 광동제약, 한올바이오파마도 각각 13%, 8.35% 상승했다.
책임경영을 내세운 금융권 경영진과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잇따르고 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 2월 2000여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동양증권 역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오고 있다. 지난달 서명석 대표가 자사주 620주를 장내 매수했고, 주요 임원들도 200~400주를 추가매입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5만815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액으로는 2억130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며 "아울러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1월2일~4월14일 유가증권시장 자사주취득 건수(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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