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 재건축단지로 알려진 서울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약 4년간 진행된 소송에서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려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윤 모씨 등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4명이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업시행계획 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한 바와 달리 재건축조합의 정관 규정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정족수에 못 미치는 동의로도 가결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분는 "법률상 정한 정족수를 지키지 않는다면 재건축결의 내용이 쉽게 변경될 수 있어 결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다른 일부 조합원들의 이합집산으로 다시 변경될 수 있어 권리관계의 안정을 심각하게 해하고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의 사업시행계획 역시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을 당초 재건축 결의와 비교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계획 결정시 조합원 3분의 2 동의 요건을 갖췄어야 했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시행계획은 흠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업시행계획 수립 당시 이와 같은 법리가 대법원 판결 등으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흠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원심은 사업시행계획 결정이 법상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무효가 아닌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까지 배척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사업시행계획 결정 당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무효'사유는 아니더라도 취소의 사유는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2004년 6월 총 사업비 1조 2462억원 규모의 재건축을 의결했으나 관련고시 변경으로 재건축결의를 다시 하면서 신축건물 층수와 평형구성, 세대수, 용적률을 변경했다.
변경된 결의에 따르면 조합원들 중 47평형 이상을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줄고 분담금은 크게 늘었으며 전체 사업비도 3조545억원으로 올랐다.
관련법에 따르면, 이 같은 사항은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으나 조합은 정관상 가결정족수인 과반수가 넘는 57.22%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에 윤씨 등이 절차상 위법한 결정이라며 소송을 냈다.
윤씨 등은 당초 민사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해 1심 원고패소, 2심 원고승소 판결을 거치면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대법원은 사업시행계획 확정 사항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청구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사업계획 변경결정 절차가 잘못됐다며 무효판결을 내렸으나 2심 재판부는 "당시 사업시행계획 결정이 3분의 2 동의까지 얻을 사항은 아니었므로 정관상 가결정족수를 지킨 이상 사업계획 변경 결정은 유효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시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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