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980년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출산 선진국의 모범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저출산의 해법, 유럽에서 배운다'라는 보고서에서 "혼인율과 출산율의 지속적 하락은 노령화와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유럽의 출산 선진국을 통해 저출산 해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럽의 선진적 출산 관련 정책으로 ▲일·가정 균형 및 탄력 근무제의 양·질적 확대 ▲보육과 교육의 일원화 및 선택과 집중으로 정부 지출 효과성 제고 ▲다양한 가족 유형 수용▲인센티브와 법적 의무 병행 ▲관련 지원 제도의 일원화 등 5가지를 들었다.
보고서가 출산 선진국으로 분류한 나라는 프랑스, 영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9개국이다. 이들 나라의 2012년 기준 평균 합계출산율은 1.9명이다.
물론 이들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4만5987달러로 한국 2만2582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이들의 출산율은 1인당 GDP 2만 달러 수준에서도 평균 1.8명 수준으로 한국의 1.3명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상대적·절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출산 선진국들은 정부가 가족·보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2009년 기준 GDP 가운데 가족·보육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81%에 불과하지만, 출산 선진국들은 평균 3.4%로 나타났다.
또 높은 사교육비 비중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 선진국의 GDP 중 공교육비 비중은 평균 6.8%에 달했지만, 한국은 5%에 그쳤다. 반면, 사교육비 비중은 한국이 2.0%로, 영국을 제외한 출산 선진국들의 평균치 0.55%를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종업원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비율은 출산 선진국의 경우 평균 42.4%이지만, 한국은 6.4%에 그쳤다.
특히 출산 선진국은 혼외 출산율이 52.6%로 한국(2.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특히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3개 국가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스웨덴은 보육의 양성 평등주의가 특징이다. 출산 휴가는 반드시 부모가 나눠서 사용하도록 돼 있어 부인이 출산을 하면 남편이 의무적으로 2주간 휴가를 써야 한다. 출산휴가는 출산예정 60일 전부터 480일간 사용가능하고, 임신휴가급여는 월평균소득의 80% 수준이다. 공교육은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한다.
프랑스는 임신에서 출산, 양육, 교육까지 모든 과정에서 정부가 유아수당, 영아보육수단, 가족수당, 입학수당 등 현금을 지원한다. 가족정책을 전담하는 전국적인 지원체계인 '가족수당 전국공단'도 운영된다.
영국은 가족에 의한 양육을 제도적으로 인정해 12세 미만 아동을 매주 20시간 이상 돌보는 조부모·친인척에게 의료보험을 지원한다. 출산 후 여성이 직장으로 복귀할 경우 20주간의 모성 휴가를 남성이 대신 사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여성이 일하고 살기 좋으면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므로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일·가정 균형과 탄력 근무제 확대로 저출산을 극복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로운 제도의 마련보다 기존 제도의 양적, 질적 개선을 통한 점진적 확대가 바람직하다"며 "양성평등에 기반한 바람직한 출산 문화의 정착을 위해 인센티브와 함께 법적 의무 조항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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