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권이 남재준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선에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증거조작 의혹 자체를 일축하던 새누리당은 사실이 드러나자 태도를 바꾸고 있다.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하자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에 이어, 새누리당도 남 원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 후 그 책임소재에 따라 엄격하게 책임을 논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 현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라고도 해야 할 대공수사와 정보의 역량이 조작된 증거나 가지고 있을 정도라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남 원장의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유감 표명과 함께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것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남 원장에 책임을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18대 대선 불법 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 등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내내 정국을 뒤흔들 때도 나오지 않던 남재준 책임론이라 주목된다.
여기엔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터진 대형 악재를 남 원장 경질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공수사권의 검·경 이관 등 국정원의 순수 정보기관화와 같은 개혁 요구 역시 무마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압수수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미 법조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도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것처럼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하다가 결국 남재준 원장이 자진사퇴하거나 경질되는 선에서 무마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야당 간사를 맡았던 문병호 의원은 아예 지난 9일 밤 국정원의 돌연 사과·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전개에 대해 "잘 짜진 시나리오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꼬집었다.
문 의원(사진)은 11일 "세간에는 정부가 내부적으로 처벌 수위를 정해 놓고, 이 시나리오에 따라 국정원의 사과부터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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