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식품 시장을 이끌어 온 화두인 '무첨가'가 올해도 대표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 리서치 기관인 나우앤퓨처스가 수도권에 사는 3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난 1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첨가물을 제외한 기업에 대해 80%가 넘는 소비자가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최근 제품의 건강성을 위해 첨가물을 빼는 기업들의 노력에 대한 생각은?'이란 질문에 47%의 소비자는 '건강을 지향한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35%는 '기업들이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몸에 좋지 않다'란 응답이 53%, '별로 먹고 싶지 않다'가 29%였으며, '많이 먹어도 문제없다'란 응답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소비자 요구에 따라 각 업체는 '노이즈 마케팅' 논란에도 무첨가 콘셉트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한창이다.
◇무첨가 콘셉트 제품 매출 호조
올해 가장 먼저 무첨가 바람을 몰고 온 제품은
남양유업(003920)이 선보인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다.
이 제품은 '프림에 두 번째로 많은 첨가물인 '인산염'을 넣지 않았다'란 광고 카피로 출시 1개월 만에 50억원 어치가 팔려나가는 등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산염은 일반적으로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진 첨가물이지만, 남양유업이 '인산염의 과다 섭취가 골질환 등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소비자연맹이 관련 토론회까지 개최하는 등 논란을 낳고 있다.
여기에
CJ제일제당(097950)도 가세해 '알래스카 연어는 붉은 색소 걱정 없어요'란 광고 카피를 내세운 '알래스카 연어' 통조림 제품이 출시 7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색이 붉고 부드러운 고급연어'를 표방하고 있는
동원F&B(049770)의 연어캔을 정면 겨냥한 제품으로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상(001680)의 '고구마츄'도 '신선한 고구마를 바로 쪄서 별도 첨가물 없이 그대로 말린 건강 간식'을 내세우고 있는 무첨가 콘셉트의 제품이다.
지난해 5월 출시 당시 예상인 월 20만개의 무려 2.5배나 넘는 50만개 판매에 육박하고 있어 생산업체인 대상의 고구마 수배에 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 제품 이미지(왼쪽), CJ제일제당 '알래스카 연어' 광고 화면. (사진제공=각 사)
◇포화상태 이른 식품 시장에 변화
하지만 이러한 무첨가 콘셉트의 제품이 시장에 화제를 낳고 있는 것은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각 식품업체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운 국내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지속해서 무첨가 제품을 연구 또는 출시해 왔다.
합성아질산나트륨, 전분 등 다섯 가지의 식품첨가물을 뺀 CJ제일제당의 '프레시안 더(THE) 건강한 햄'도 대표적인 무첨가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0년 5월 출시 이후 광고 모델이 옷을 하나씩 벗어내는 강렬한 광고를 통해 '무첨가'의 건강함을 강조했다.
'더 건강한 햄'이 이러한 무첨가 마케팅에 힘입어 6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일으키면서 다른 햄 제조 업체도 경쟁적으로 무첨가 햄을 출시해 현재 햄 시장의 약 40%를 무첨가 제품이 차지하게 됐다.
기존에 껌을 제조하는 데 반드시 포함했던 초산비닐수지 대신 천연 치클을 사용해 큰 인기를 얻은
오리온(001800)의 '치클껌'도 마찬가지 사례다.
'치클껌'은 초산비닐수지는 물론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합성산화방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자연 지향을 강조하며 출시 8개월 만에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시장 규모가 2500억원대인 껌 시장의 10%를 순식간에 차지했다.
◇"맛·생산성 유지 위해 연구 필요"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실제 첨가물의 유해 여부와 관계없이 첨가물을 빼는 것을 소비자가 원하고 있다"며 "이것이 실제로 시장의 좋은 반응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무첨가 제품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그 양상도 다양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던 첨가물을 빼고도 맛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단순히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하는 것은 가공식품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산염 같은 경우 대만과 유럽,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섭취량에 대해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마케팅에 앞서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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