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1년)실종된 경제민주화..재벌 '안도'
2014-02-25 17:27:40 2014-02-25 17:31:5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히 1년.
 
출범 초기 박 대통령은 경제적 약자 보호, 정책 부작용의 최소화, 공생의 기업운영 등 3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민주화가 시대흐름으로 자리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기조도 궤를 같이 했다.
 
1년 후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여야 평가는 엇갈리지만 일반적으로 출범 당시에 비해 경제민주화가 많이 퇴색했다는 데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의 공약이행률은 22%에 불과했다.
 
이해 당사자인 재계도 같은 반응이다. 기업들은 지난 1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벌 총수들의 구속과 재판이 연일 계속됐고, 세무조사 등 사정당국의 칼날에 한파를 겪었다. 또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잇달아 통과되는 등 정치권의 압박이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정책의 방향도 틀기 시작했다.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실종됐고, 급기야 박 대통령은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규제 철폐에 적극 동의했다. 규제완화를 요구하던 재계의 주장이 전적으로 수용됐다.
 
지난 1년 동안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논의됐다고는 하나 이들 상당수의 법안 처리가 연기됐다. 일부 경제민주화 법안은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하면서 되레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해 추진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살펴보면 4월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하도급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이어 6월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가맹사업법), 부당특약 금지(하도급법) 등이 개정됐다.
 
12월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총 7건의 경제민주화 과제가 입법 처리됐는데, 이중 대부분이 상반기에 집중됐다. 국민 눈을 의식한 결과라는 평가다.
 
그나마 지난해 12월에 처리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은 기존 순환출자에 소급 적용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삼성과 현대차 등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제화를 통해 이미 단행된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인정해 줬다는 지적이다.
 
또 법 적용 대상이 재벌의 국내 계열사로 한정돼 있어 해외에 있는 계열사를 이용할 경우에는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허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도 특수관계인의 계열사를 통한 사익 편취가 제외되면서 법안의 본래 취지를 완벽하게 실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10명의 대학교 신입생 목숨을 앗아간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역시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한 회사로부터 비롯돼 안타까움은 더했다.
 
개정된 법에 따라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할 공정거래위원회 전담조직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재벌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관계 부처와 협의과정에서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맹점주의 권리를 강화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계약 체결 7일 전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가맹계약서 사전교부 기간확대 조항이 빠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작성해 놓은 가맹계약서를 제대로 확인할 시간 없이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맹계약서 사전교부 기간 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과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등의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남아 있는 법안 대부분에 대한 재계 반발이 심하고 여야 간 이견이 커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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