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서울 중구 STX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STX그룹 관련 수사는 지난해 12월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첫 대기업수사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특수수사와 관련된 평소의 소신을 자주 드러냈었다.
김 총장은 평소 검찰의 특수수사에 대해 "드러난 범죄에 대해서만 신속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식으로 해야지, 범죄 피의자의 모든 범죄를 다 밝혀내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김 총장은 지난 1995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그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비리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업씨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찰 내에서도 이름난 '특수통'이다.
다수의 특수수사를 진행하면서 나름의 소신을 갖게 된 김 총장이 여러 차례 '외과수술식' 특수수사를 주문해온 만큼, 강 전 회장 등 STX그룹 전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김 총장의 주문대로 속전속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수사가 STX중공업 측의 수사의뢰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STX 중공업 측에서 보내온 자료가 상당히 충실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며 "자료 덕분에 빠르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수사는 김 총장의 주문처럼 STX중공업 측이 제공한 수사의뢰 자료를 중심으로 종심 깊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의 수사를 강조한 김 총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단과 검찰 등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강 전 회장의 20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는 특히 STX중공업이 STX건설의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괌 이전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 경위가 자세히 나타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TX건설은 2010년 1월부터 이전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시행사인 유넥스 글로벌이 STX중공업의 보증을 통해 군인공제회로부터 100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미군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업이 틀어지게 됐고, STX중공업은 STX건설이 갚지 못한 금액 700억여원을 대신 갚게 됐다.
아울러 강 전 회장이 괌 현지에 사업부지를 사들이면서 실제 가격보다 매매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STX중공업이 2012년 7월 STX건설로부터 약 300억원어치의 기업어음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것이 계열사 부당지원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뢰 자료에는 STX그룹 중국 법인인 STX대련이 중국 현지은행에서 1조5000억원을 차입한 것과 관련해 STX중공업이 1400억원(1억2000만 달러)을 지급보증 섰다는 부분도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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