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도원이 울컥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2014-01-13 18:11:05 2014-01-13 18:15:11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와~ 영화 재밌게 보셨죠. 아~ 난 울컥해가지고. OO아 사랑한다!"
 
언론시사회 현장은 늘 긴장감이 맴돈다. 오랜시간 작업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첫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이나 감독이나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고,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고민인 표정이다. 그래서 오랜시간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는 기존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배우 곽도원 때문이다.
 
마이크가 주어지기 전까지 되도록 말을 아끼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곽도원은 "영화 어떠셨어요? 재밌죠?" "영화 보다가 드럽게 울었네" "영화 잘 만들었어" 등등 특유의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말했다.
 
◇곽도원 (사진제공=NEW)
 
영화의 주인공인 황정민은 낯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곽도원을 잡아끌기도 했고, 한혜진은 얼굴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현장에 참석한 김혜은, 강민아, 정만식, 한동욱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곽도원의 행동은 돌발적이었다.
 
급기야 곽도원은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아울러 여자친구의 실명을 공개하며 "사랑한다. 오빠가 영화보고 반성 많이 했다"라고 외쳤다. 덧붙이며 "아~ 울컥해가지고"고 말했다. 그의 행동에 현장 분위기는 편안하게 풀렸다.
 
곽도원의 행동이 오버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울컥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적실만큼 진한 감동이 있다.
 
영화는 교도소를 들락날락거리면서 나이 40에도 형 집에 얹혀사는 대책없는 남자 한태일(황정민 분)이 호정(한혜진 분)을 만나 겪는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사진제공=NEW)
 
'너는 내 운명'과 '행복' 등을 통해 멜로의 진면목을 보인 바 있는 황정민은 한태일 역을 통해 다시 한 번 구구절절한 사랑을 그린다. 중간중간 유머를 만들기도 하고, 뜨거운 눈물로 보는 이들을 적시기도 한다. 황정민의 휴머니즘이 뿜어져 나온다.
 
황정민은 "멜로를 해보고 싶었다. 속에서 끓더라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차츰 한태일이라는 인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멜로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황정민은 관객과의 소통과 점점 사라지고 있는 멜로 장르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털어놨다.
 
황정민은 "나는 개인적으로 관객들과 소통이 잘 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신세계'의 정청은 사실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며 "멜로가 장사가 안되서 시장에서 없어졌다. 가을이 되면 한 두 편씩 나왔는데, 갑자기 없어졌다. 그게 안타까워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지방 소도시의 수협에 다니는 직원 호정을 연기한다. 기존의 착하고 순수한 느낌을 그리면서 자신을 힘들게 한 태일에 대한 분노 등 다양한 감정선을 표출한다. 오열 연기 역시 가슴을 때린다.
 
한혜진은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태일의 행동에 반응하는 감정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호정이는 반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양한 감정선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정민과 함께 연기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툰 부분이 있었지만, 스스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무서울 정도로 잔인한 차동영 경감을 연기한 곽도원은 이번 작품에서 투덜대지만 따뜻한 정을 가진 한영일을 연기한다. 기존 연기와 180도 다르다.
 
곽도원은 "감정이 추스려지지 않는다. 못 배운 거친 남자가 여자를 만나 투명에 가까운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더럽게 많이 울었다. 나도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듯 투명에 가깝게 사랑을 하고 있나 반성이 든다"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끝으로 "감동적인 영화였다"고 마무리했다.
 
영화는 처절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여백이 있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 과잉을 자제하고 절제했다. 스토리가 가진 깊은 감정을 담백하게 연출한 점은 한동욱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대목이다.
 
한동욱 감독은 "힘을 빼고 만드는 게 어려웠다.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담백한 영화를 그리게 됐다. 선배들이 담담하고 담백해야 가슴에 남을 수 있다고 얘기를 해서 그런 식으로 연출을 했다"고 설명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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