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미국에서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이 쇠락하는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혁신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제조업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클라우드펀딩을 통한 창업자금 확보와 홍보 ▲오픈소스 공유를 통한 아이디어 공유 ▲팹랩과 같은 시제품 제작소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한국의 제조업 스타트업 창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스타트업, 새로운 미국형 공장 일으킨다
미국의 제조업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스타트업에 초기자금·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보육기관)인 HAXLR8R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셜 펀딩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지난해 모금한 제조업(하드웨어) 기반의 프로젝트는 365건에 이른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121건과 248건으로 매년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킥스타터를 통한 제조업(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기업들의 모금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HAXLR8R)
제조업 스타트업은 테크샵이나 팹랩 등 아이디어를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시제품을 만들고, 킥스타터와 같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제품홍보와 투자금 유치를 동시에 진행한다.
또 오픈소스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제품을 개선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1999달러(약 210만원)의 보급형 3D 프린터를 출시한 '메이커봇(Makerbot)'이나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패션가방을 만드는 ‘에버펄스(Everpurse)’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제조업 스타트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의 소량 생산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미국형 공장의 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인 테슬라모터스의 경우 설계에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한다.
제조용 생산 로봇의 단가가 하락하고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갖춰지면서, 굳이 해외에 공장을 짓지 않고도 미국 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HAXLR8R이 제공하는 111일 간의 제조업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전세계에서 지원자가 몰려들어 보육 프로그램에 합류할 수 있는 확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사진=HAXLR8R홈페이지)
◇국내 제조업 스타트업도 걸음마 시작
한국의 제조업 스타트업은 미국과 비교하면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의 수준이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달라지는 주요제도’에 따르면 아이디어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창조경제타운’이 1월 말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전국 10곳에 문을 열 예정이다.
미래부는 이곳에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밀링머신 등을 설치해 제조업 스타트업들의 시제품 제작을 돕는다.
미래부 관계자는 “광화문에서 시작하는 사업의 시범 운영 성과를 보고, 전국 10곳으로 사업을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SK텔레콤(017670)의 지원으로 문을 연 ‘SK 팹랩서울’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3D 모델링과 스캐닝을 통한 설계, 후가공 작업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품의 도면을 공개하는 등 오픈소스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창업자금을 모금하려 해도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지분투자가 불가능한 것도 개선되야 할 점으로 꼽힌다.
소셜펀딩사이트 와디즈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제조업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소셜펀딩 관련 법안이 조속히 마련된다면, 국내에서도 제조업 스타트업 창업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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