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내년 시장상황, 올해보다 낫다"
SSBR 공장 착공..범용에서 고부가 제품으로 발 넓힌다
2013-12-20 19:20:29 2013-12-20 19:24:0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그간 부진했던 사업부문도 개선해 나가고 있으니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죠."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사진)은 지난 18일 내년 사업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허 사장은 내년 석유화학 업황에 대해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돌발변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내외 변동에 따른 민감한 긴장감이 엿보였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기타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모노머와 플라스틱 가공업에 원료가 되는 폴리머 제품군을 생산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업계 2위인 롯데케미칼은 최근 2년간 업계 1위인 LG화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면모를 보였다.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성적.
 
지난 2011년 1조470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불과 1년 만에 74.7% 급감한 371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영업이익이 32%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 변동이 컸다는 평가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범용제품에 치우쳐 있었던 탓이다.
 
올 상반기까지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컸다. 특히 지난 2분기 696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치자 무리한 인수합병(M&A)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했으나 이후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논란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다 지난 3분기 흑자로 전환되며 인수 1년만에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시장의 우려에 실적으로 답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수요 증가에 따른 판가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46.7% 급증한 171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는 모노머 사업부문이 비수기로 접어들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년에 프리미엄 제품군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여수공장 부지에 연간 총 20만톤 규모의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고무(SSBR)와 이중합성고무(EPDM)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16년 하반기 상업생산을 통해 고부가가치 고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SSBR은 에너지 소비율이 낮으면서 내구성이 높고 안전한 친환경 타이어 제조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도입되면서 SSBR 시장이 연간 15%씩 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SSBR의 원료가 되는 부타디엔을 생산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부타디엔은 전방산업인 타이어와 자동차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가격 변동이 극심한 제품으로, 그간 롯데케미칼의 고민거리였다.
 
실제로부타디엔 가격은 올해 2월 톤당 2000달러에서 지난 7월 900달러대로 급락하며 관련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반면 경쟁사인 LG화학은 부타디엔은 물론 SSBR까지 생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덜했다.
 
롯데케미칼의 SSBR 사업 진출은 향후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동시에 부타디엔의 시황 변동에 대한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년 시장 전망 역시 나쁘지만은 않다.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데다 동아시아 지역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 증설 계획도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크게 우려할만한 대내외 악재가 없기 때문에 실적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면서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87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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