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기자 안녕하세요. 1953년 대한증권업협회 설립을 시발점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시작됐죠. 그로부터 6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시장 발전은 비약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대한증권업협회 설립을 기점으로 국내에 증권사들이 잇달아 설립되면서 증권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늘어나는 증권거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가 개설됐습니다. 대한민국에 공인 자본시장이 형성된 건데요.
이후 거듭되는 팽창기를 맞게 되죠. 12개 상장사로 출발한 주식시장이 1970년 48개, 1978년엔 356개, 그리고 2013년 현재 1800여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겁니다.
우선 1979년은 명동에 있던 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전한 시긴데요. 예탁원과 현재의 코스콤인 증권전산, 금감원 등 주요기관들도 여의도에 둥지를 틀게 되면서 여의도는 명동에 이어 명실상부한 증권타운이 됐습니다.
앵커 : 여의도가 '한국의 월가'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죠. 이후 주가 1000포인트 시대가 머지 않아 왔어요.
기자 : 1989년 4월 1일이 바로 그날인데요. 1985년 139포인트에 불과했던 종합주가지수가 4년 만에 1007포인트를 기록한 겁니다. 하지만 이후 2000포인트대로 넘어오기까지 시장은 무수히도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초창기인 1958년 1.16 국채파동부터 최근의 동양그룹 사태까지 시련은 계속돼 온 건데요.
파동의 끝엔 언제나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증권시장의 공신력은 떨어지고 투자자 이탈을 초래하는 등의 홍역을 치러야 했죠. 특히 1997년 외환위기의 경우 증권시장을 공황사태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당시 지수 하락폭은 무려 42.4%나 됩니다. 거래소 설립 이후 사상 최악이었죠. 당시 한계기업의 부도사태가 이어지면서 그 여파로 도산하는 증권사는 속출했습니다. 주가가 바닥을 기면서 원금을 완전히 날린 투자자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1999년 IT붐과 원화가치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커진 덕분에 다시 시장은 회복한 바 있습니다.
앵커 : 불과 1년 8개월 만에 회복된 셈이네요. 그런데 위기는 2000년 들어 또 찾아왔어요. 2008년 미국 리먼사태가 진앙지가 됐었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2000포인트를 넘긴 2007년 이후 1년이 채 안돼선데요. 당시 증시는 800~900선을 넘나들며 2008년 한해 총 40%가 넘는 주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2년여의 점진적인 회복 끝에 2000포인트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산업도, 투자자들의 선진화도 발 빠르게 이뤄진 걸로 보이는데요.
기자 : 증권거래소가 개설된 1956년 당시 주식 거래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1977년 한국증권전산이 설립되면서 증권산업 전산화가 시작됐고, 1988년에는 매매체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전산매매가 실시됐습니다.
증권사 객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세 전광판은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로 매매하는 HTS 주문 비중이 늘면서 증권사 객장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주문을 내는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주문이 가능한 MTS 주문이 증가하는 추센데요.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HTS를 통한 거래대금 비중이 전년 대비 5%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반면 무선단말을 통한 거래대금 비중은 전년대비 2% 정도 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자본시장이 양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룬 반면 놓친 문제도 많다구요. 질적인 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들 설명해주시죠.
기자 : 최근 업계 최고의 화두죠. 영업용순자본비율인 NCR에 대한 설명이 빠질 수 없겠는데요. NCR은 증권사판 BIS로 재무건전성 정도를 가늠하는 지푭니다.
금융투자회사의 유동성 자기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일정수준인 150%에 미달하면 감동당국은 경영개선권고나 요구 등의 적기 시정 조치를 내립니다. 국내 증권회사들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통상 300~500% 내외의 NCR 하한선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운용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NCR 규제가 너무 높다는 겁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NCR 비율은 무려 494%로 이를 은행 BIS 비율로 전환하면 40%에 달합니다. 은행권 평균 BIS비율의 거의 3배인 높은 수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NCR이 BIS나 주요국에 비해 보완자본 인정은 협소한 반면 차감은 과다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산업과 은행업의 위험선호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NCR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나 금융투자산업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지 미지숩니다.
앵커 : 여기에 수익구조가 너무 한정돼 있다는 점도 업계 전체 침체요인이 되고 있다구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63개에 달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주된 수익원은 위탁매매 수수룝니다. 때문에 증권사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수료율이 떨어지고, 수익원 다변화도 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업계 전체가 구조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겁니다.
대형사는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소형사는 특화와 전문화를 유도함으로써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수익구조가 너무 한정돼 있어섭니다.
앵커 : 새 수익원 창출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기자 : 때문에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기업을 위한 투자와 융자, 인수합병(M&A) 등 종합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할 수 있는 IB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정부의 중소형 증권사 육성정책에 따라 지원 받을 수 있는 독자생존의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입니다.
해외진출 역시 당연한 수순이 된 걸로 보입니다. 장기적 생존을 위한 업계의 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통상 단계적인 해외 진출에는 최소 5~6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실패사례도 많이 나오는 등 자본손실도 큰 폭으로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별 회사에 맞는 적절한 진출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사의 해외진출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혀 업계가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이달 중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내용을 담은 '텐텐(10•10) 밸류업 금융비전'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 자본시장 60년을 계기로 새로운 100년을 내다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어떤 과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지 짚어주시죠.
기자 : 업황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 시장 내부에선 증권사 자정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이 앞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주가조작이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함께 정보공시 제도의 투명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NCR, 세제혜택 등 금융투자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시장 체질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과 자본이 원하는 체질개선이 필수라는 진단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