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오전 9시. 부산역 승강장에 들어서자 거북선을 따라 한껏 멋을 낸 기차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코레일에서 지난 9월말부터 운행을 시작한 남도 해양 관광열차, 일명 'S트레인'이다.
◇감잎차, 뽕잎차 등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다례실'. 한옥 분위기를 낸 기차 안에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맛이 색다르다.(사진=코레일)
◇열차 안 전통차 체험·통기타 공연, 창밖으론 남도 풍경
안으로 들어서니 이른 아침 여행의 피곤함이 가시는 듯 하다. 좌석엔 화려한 장미가 그려져 있고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카페실에서는 도시락과 커피를 즐길 수 있고 핸드페인팅, 풍선아트 등 어린이 승객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벤트실에서는 배우자,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중년 여행객들을 위해 통기타 공연이 열렸다. 7080 음악이 주로 연주되지만 공연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어린이 관객들이 앞 자리를 차지하고 공연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도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벤트실에 승객들이 모여 통기타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최봄이 기자)
부산에서 출발한 S트레인은 마산, 진주를 거쳐 여수까지 달린다. 창 밖으로는 한껏 단풍이 든 남도의 산과 황금 억새를 품은 들이 펼쳐진다. 햇빛이 반사돼 은빛 물결을 이룬 섬진강을 가로지른다.
◇섬진강 품은 하동..남도 정취 '풍성'
중간 정착역인 하동은 남도의 가을풍경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고장이다.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 참게 등을 이용한 요리로 배를 채우고 화개장터와 최참판댁에서는 고즈넉한 전통의 맛을 느낀다.
높게 솟은 백운산 아래로 펼쳐진 가을 평야도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알이 실하지만 미처 따지 못한 대봉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S트레인에서 바라본 남도의 풍경(사진=최봄이 기자)
부산에서 시작된 남도 관광은 당일치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며 순천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말을 끼고 남도를 찾은 가족들이라면 순천을 거쳐 여수바다까지 찾아볼 수 있다.
경전선 구간을 운행하는 S트레인은 운행 40일만에 이용객이 2만여명을 넘어 남해안권에 새로운 관광지도를 만들고 있다. 특히 부산발 S트레인은 관광객이 적은 주중에도 평균 이용률이 93%, 주말에는 100%를 넘어서고 있다.
S트레인 운영 이전에 경전선 열차 평균 승차율이 30%도 안 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관광 활성화와 수익성 확보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서대전, 익산, 전주서도 S트레인 만난다
(사진=코레일)
다음달 13일부터는 수도권 이용자들의 S트레인 접근성이 더 좋아진다. 현재 운행 중인 광주~마산 구간을 서대전~광주송정 구간으로 조정해 운영한다.
지금까지 중부권이나 수도권에서 S트레인을 이용하려면 부산, 광주송정, 순천 등에서 환승해야 했지만 이제는 서대전, 익산, 전주, 남원역 등에서 승차해 남도여행을 즐길 수 있다.
S트레인 승차권은 일반승차권과 동일하게 홈페이지, 스마트폰, 역창구에서 발매된다. 가족석과 커풀룸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는 것이 좋다. 4인용 가족석은 출발 7일 전까지 판매되지 않으면 일반발매하며 커플룸은 코레일 홈페이지와 차내에서만 발매하고 있다.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1일~7일 동안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여행패스(S-train Pass)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전국 철도역과 홈페이지에서 판매한다. 기차역마다 마련된 카쉐어링(1시간에 6000원, 유류비 190/km 별도), 시티투어 등 촘촘하게 짜인 연계 교통망을 이용해 맞춤식 자유여행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대전발 S트레인 운행으로 수도권과 중부권에서도 편리하게 남도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높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철도 관광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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