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코웨이, 그들만의 IR..쓰레기통으로 들어간 투명경영
2013-11-08 14:39:41 2013-11-08 16:23:52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웃지 못할 촌극이 한 상장사의 기업설명회에서 벌어졌다.
 
8일 오전 한국거래소 별관에서 코웨이의 3분기 실적발표회가 열렸다. 애널리스트 및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R이었다. 회사 측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IR이라며 기자의 출입을 단호히 막았다.
 
발표장에서 진행되는 회사 경영진의 지난 분기 사업 성과와 증권업계 관계자들 간 오가는 문답을 청취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30여분 넘게 승강이를 벌였다. 그들은 '원칙'만을 주장했다. 누구를 위한 원칙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이내 발표장의 문은 코웨이 측에 의해 굳게 잠기고 말았다.
 
문이 닫힌 뒤 증권업계 종사자 두 명이 뒤늦게 등장했다. 그러자 코웨이 관계자들은 문을 열더니 이들을 들여보내고는 기자를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 다시 문을 잠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에게는 다른 문으로 안내하며 기자를 저지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첩보전을 연상케 했다.
 
코웨이가 툭 던진 3분기 실적 설명 자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자로써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들이 어떠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보고, 관심 있어 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시장이 궁금해 하는 사안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자로서의 책무였다.
 
더욱이 코웨이는 공시 의무를 지니고 있는 상장사였고, 투명경영 원칙은 어느 상장사라도 저버릴 수 없는 시장과의 약속이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렌탈시장에서 시장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코웨이의 현 위치를 감안하면 시장의 관심을 받아들이고 이를 설명해야 했다.
 
또 어느 기업도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만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갖지 않는다. 제한된 경우라 할지라도 언론에게도 동등하게 참여가 허락되며, 기업기밀 등의 예외적 사항이 있을 시엔 최대한의 설명 자료를 배포한다. 이는 곧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된다.
 
대체 코웨이가 무엇이 두려워 언론을 극도로 기피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거짓을 말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해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공개되지 않은 그들만의 자리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그 어떤 해명도 내놓질 않고 있다.
 
이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무시다. 과연 실적 설명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는 비밀 많은 코웨이에 어떤 잠재적 투자자가 기꺼이 투자할 지 의문이다. 돈 많은 기관은 존중하고, 소액 개인 투자자들은 철저히 외면하는 코웨이의 행태에 시장이 어떤 형태로 답을 줄 지도 우려스럽다.
 
소비자들에 대한 무시로도 읽힌다.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의 절대 강자다. 특히 방문판매라는 독특한 영업방식을 통해 코웨이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코웨이가 모그룹이었던 '웅진'을 떼어버리고 MBK라는 사모펀드를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당장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변화가 불어 닥쳤다. 요금이 인상됐고, 사업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상장회사인 코웨이는 연매출 2조원대를 바라보는 우량기업이다. 상장사는 창업자 일개 개인이 소유하는 회사가 아닌 다수의 투자자가 함께 소유하는 공개회사다. 기업이 사업 내용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벌일 때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칠 수 있다. 폐쇄적인 경영행태로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IR은 investor relations의 약자로,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얻기 위해 주식 및 사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활동을 일컫는다. 코웨이는 지난 2011년 한국 IR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IR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활동으로 기업 투명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코웨이는 자평했다.
 
당시 김상준 전략기획본부장은 "적극적인 IR활동을 통해 투명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년 전 다짐은 어디로 갔나. 코웨이가 답할 차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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