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황민규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재편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에버랜드는 최근
제일모직(001300)의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한 데 이어 4일 매출 비중 1위인 급식 및 식자재(FC) 사업부를 물적 분할키로 결정했다. 건물관리 사업은 에스원에 양도한다.
◇삼성에버랜드, 급식·식자재 사업 분할 결정
에버랜드는 보도에서 전한 대로 이날 오전 이사회를 소집, FC 사업을 물적 분할하고,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에 영업 양도하는 안을 결의했다.
이사회에는 김봉영 사장과 전태흥·김동환 부사장, 김지승 전무가 참석했다. 전날까지 등기임원 외에는 해당 내용을 모를 만큼 보안이 철저히 유지됐다.
분할 기일은 다음달 1일이며, 회사명은 삼성웰스토리(가칭)다.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전액 에버랜드가 출자하게 된다.
에버랜드는 "패션사업을 인수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했듯 사업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몸집을 더 가볍게 하는 물적 분할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며 "패션사업 인수와 바이오 사업 등 신수종 사업 투자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도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놀이공원으로 유명한 에버랜드는 전체 매출에서 레저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11%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건축·경관·플랜트·부동산 서비스를 담당하는 E&A 사업부와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맡고 있는 FC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FC사업부는 최근 급성장하며 올 상반기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에버랜드는 이와 함께 이날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으로 영업 양도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에버랜드의 사업구조는 건설·레저·패션 등 3개 부문으로 재편됐다.
◇사내 TF 가동..하반기 사장단 인사 '주목'
에버랜드가 알짜배기 사업부인 FC사업부를 분할하는 주목적은 후계 구도와 연관이 있다는 게 중론.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요식업을 하는 만큼 급식과 식자재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경영 분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버랜드가 이에 앞서 FC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키로 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00% 자회사는 매각을 추진할 때 유리하다. 때문에 호텔신라에 FC사업부를 매각하기에 앞서 지분구조를 단순화시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에버랜드가 FC사업부를 호텔신라에 매각한다는 설은 일찍이 시장에서 제기돼 왔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생활레저를 에버랜드의 주력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체급식이 베이스"라며 "원래 직상장을 하려 했는데 안 되니 유통업을 주로 하는 호텔신라에 붙여 우회상장한다는 이야기가 과거부터 있어왔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사업이 재편되는 것은 그룹 차원의 재편과 맞물려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 1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 지분을 보유 중이다.
최근 삼성은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에버랜드로 양도하기로 했다. 제일모직은 소재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순수 전자계열사로 편입된다. 또 삼성SDS는 삼성SNS를 인수 합병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미국 코닝사에 매각한 후 코닝 지분을 획득하기도 했다.
삼성 내부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최근 각 계열사로부터 핵심인력을 선발해 사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버랜드 사업과 구조 재편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는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의 후계구도와도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FT에서 그리고 있는 재편 작업이 추가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예정된 정기 사장단 인사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기획과 에버랜드 사장을 겸할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재무에 밝은 기획통의 대거 약진도 점쳐진다.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이 양도된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길 경우 이부진·서현 자매는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협업체제를 이루게 된다. 동시에 자매간 상호 견제 체제도 완성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묘수로 보여지는 이유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