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지표·해석에 정부 전망도 '조심조심'
2013-09-10 16:22:25 2013-09-10 16:26:0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할수는 없다."
 
하반기 들어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경제부처 공직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기는 아직 어려운 모습이다.
 
일부 지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개선된 지표에서도 현실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도 정부의 이런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주요지표가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설비투자의 부진과 미국 양적완화 리스크의 존재 등을 언급하면서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표상으로 최근 경제는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른바 '회복세'를 언급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고용시장의 경우 취업자수 증가폭이 6월에 36만명, 7월에 36만7000명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1분기 25만7000명, 2분기 32만4000명보다는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수 증가폭이 주춤하지만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증가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 일용직과 자영업자가 줄고, 상용직이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민간소비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7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내구재가 1.3%, 준내구재가 1.6%, 비내구재 0.9% 등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1.1%, 전년동우러대비로도 1.1%가 증가했다.
 
수출입 통관지표도 하반기 들어 '맑음'을 유지하고 있다.
 
8월 수출은 휴일 등 조업일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과 반도체 수출의 높은 증가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7.7%나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 증가에도 49억2000만달러 흑자를 보이는 등 19개월 연속흑자 기록을 달성했다.
 
문제는 여전히 부정적인 지표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광공업생산은 7월에 반도체 및 부품, 식료품 등에서 증가했지만, 자동차, 기계장비 등에서 감소하면서 전달보다 0.1% 감소했고, 8월 역시 절전규제와 설비보수 등의 영향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업종에서 부진이 예상된다.
 
서비스업생산도 출판영상통신 등이 증가했지만, 부동산업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0.2% 감소했다.
 
건설업(0.8%)과 공공행정(5.9%)이 크게 늘면서 7월 전산업생산을 0.3% 증가로 받쳐주고 있지만, 공공행정 등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곧 드러날 수 있다.
 
특히 투자 부진은 장기적인 경기회복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7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모두가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2.5%, 전년동월대비 8.3%가 각각 감소했고, 향후에도 설비투자조정압력, 제조업평균가동률 등의 부진으로 개선세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8일 인천 서구 소재 중소기업을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발표하고 있는 기업 체감경기지수인 제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월 80, 5월 81, 6월 82에서 7월 78, 8월 73, 9월 77로 하반기 들어 더 어두워졌다.
 
건설투자 역시 토목공사 호조로 7월 들어 전월대비 0.8% 호전됐지만, 상반기에 SOC예산의 조기집행이 마무리 되면서 하반기에 회복을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긍정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는 민간소비에서도 지난해 현대자동차 파업 등의 기저효과와, 여름철 장마와 무더위에 따른 전자제품 판매 증가 등 계절적인 '반짝효과'임을 감안한다면 남은 하반기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외경제 여건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일 발표한 선진국 G7 평가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흥국은 성장 저하가 우려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와 관련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고 있고, 미국 정부의 채무한도 협상,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둘러싼 서방국들의 공습가능성이 국제유가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동행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경제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만큼 테이퍼링(미국의 자산매입 축소)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라며 "우리도 상당히 긴장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표들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성장으로 터닝한다는 명확한 요소를 찾기는 어렵다"면서 "당장 이달 중 양적완화 발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로서도 긍정적인 발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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