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작품의 수준이 뛰어나고 역할 역시 그 배우의 이미지와 걸맞음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스타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 그 역할에 어울리는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연출진이나 관객 모두 아쉬움이 남게 된다.
영화 '관상'에서는 존재감은 뚜렷하지만 분량이 적은 역할에 작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한 두 배우가 있다. 김혜수와 김태우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극중 김혜수가 맡은 역할은 조선 최고의 기생 연홍이다.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을 한양으로 불러내는 역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내경을 찾아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존재감이 뚜렷한 역할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보면 연홍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김혜수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수는 출연을 결정했다. 김혜수는 '관상'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가 정말 좋아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상'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연홍이라는 역할의 비중이 너무 작아, 김혜수에게 시나리오를 보낼지 말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역할은 작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맺어주는 인물이라 이름값이 높은 배우가 출연해주길 희망했다. 김혜수가 정말 흔쾌히 승낙을 해주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영화의 제작비가 그리 넉넉하지 않아, 출연료도 많이 드리지 못했다. 김혜수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작품에 최선을 다해 임해줬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BS)
'관상'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맺는다면, 김태우가 맡은 문종은 내경이 계유정란에 휩싸이는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똑똑하지만 허약한 문종은 자신이 죽은 뒤 동생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아들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것이라 예견하는 인물이다. 이를 막기위해 내경에게 단종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는 관상만 잘 보는 소시민인 내경이 계유정란에 휘말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문종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간이 10분 남짓이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중있는 주·조연을 맡아온 김태우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너무 적은 분량이다.
한재림 감독은 "문종 역시 작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내경이 거대한 역사에 뛰어들게 만드는 존재다. 분량에 비해 차지하는 힘이 커서 김태우에게 부탁했는데, 김혜수와 마찬가지로 시나리오가 좋다는 이유로 승낙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장에 와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몰입했다. 촬영 당시 좁은 공간에 스모그가 심하게 뿌려지는 어지러운 현장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연기할 위치에서 감정에 몰입했다. 김태우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고 칭찬했다.
한재림 감독은 "작품에 꼭 필요한 배우가 있지만, 일부 스타들은 이름값에 비해 비중이 적을 경우 출연을 고사한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김혜수와 김태우가 많은 배우들의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관상'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이 조선 실제 사건인 계유정란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은 팩션 영화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이 출연한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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