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00대 기업 관계자와 '사적 만남' 전면금지
골프, 식사 등 사적만남 금지 어길 경우 징계조치
감사관실에서 모든 대기업 세무조사결과 청탁·유착 검증
2013-08-29 12:00:00 2013-08-29 12: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CJ그룹 로비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구속수감되거나 검찰조사 직후 사퇴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국세청이 고강도 자정대책을 내 놨다.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골프나 식사 등 일체의 사적 만남을 금지하고, 외부 민간전문위원들이 참여하는 세무조사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100대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만남이 적발될 경우에는 엄중 징계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은 29일 수송동 청사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및 본청과 지방청 관리자 263명이 참석하는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국세행정 쇄신방안'을 확정, 공지했다.
 
그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기간이나 대형 국가행사 등이 있는 경우 비위행위 차단을 위해 골프금지령 등이 내려진 적은 있지만, 기업 숫자를 특정해서 골프는 물론이고 식사 등 사적인 만남 일체를 금지하도록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사적 만남의 금지는 우선 본청과 지방청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부터 시행하고, 추후 성과에 따라 하위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지대상은 전년도 매출 기준 100대 기업과 100대 기업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사주, 임원, 고문을 비롯해 세무조사를 수임하는 세무대리인까지 모두 포함하며, 이들과의 골프는 물론 개별적인 식사 등도 엄금한다.
 
국세청은 '사적 만남'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감찰을 위해 고위공직자 감찰반을 별도로 설치해서 강도 높은 상시감찰활동도 실시하기로 했다.
 
위반할 경우 경중과 횟수에 따라 일반 징계수위보다 높은 수위로 징계조치되며, 금품이나 향응 등 비정상정인 부조리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 없이 엄정징계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사무실 등 업무와 관련된 장소에서의 납세자와의 공식적인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동창회 등 일부 사회통념상 이해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만남은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전환 국세청 차장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와는 개별적으로 만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특히 부조리 개연성이 있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높은 100대 기업에 대해 우선 금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제고를 위해 '세무조사감독위원회'도 신설된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 대상의 선정과 집행 등 세무조사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심의와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특히 비정기적인 조사에 대해서는 선정기준과 집행절차 등을 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위원회의 구성도 실질적인 견제의 기능을 위해 외부위원의 비율을 과반수 이상으로 하고, 위원장도 외부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세청 감사관실은 순환조사대상 대기업에 대한 모든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정밀검증해서 조사과정에서의 공직자와 납세자간의 청탁이나 유착 등이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감사관실이 점검하는 순환조사 대상은 매출액 5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로 1000여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연간 100개~200개를 검증할 계획이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조세범칙사건 심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조세범칙사건 심의위원회 외부위원의 명단도 공개된다. 조세사건 경험이 많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을 위원으로 적극 위촉하고 그 명단을 국회 등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세행정위원회도 국세행정개혁위원회로 개편해서 중장기적인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고위직 인사나 조직개편까지 포함해 국세행정 현안에 대한 심의와 자문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덕중 국세청장은 "국세행정 쇄신방안은 국세청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마음을 모은 의미있는 결과물"이라면서 "실천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때로는 많이 불편할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고나리자가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국세청의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에 제대로 실천될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들의 솔선수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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