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소액예금은 계좌 유지비용이 더 들어서 오히려 수수료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언제는 수수료 인상을 고려하라더니 이제는 소액예금에도 이자를 주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
50만원 미만의 소액예금에도 이자를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은행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 순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예금까지 이자를 지급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 하지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액예금에도 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50만원 미만의 개인 수시 입출금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0.1% 수준의 이자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은행들은 지난 2001년 당시 한빛은행이 잔액 50만원 미만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자 이에 동참하며 '소액예금 무이자' 관행을 굳혀왔다.
하지만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얼마 전부터 수시 입출금 예금 잔액이 50만원 미만이라도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날부터 잔액 50만원 미만에 대해 연 0.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30만원 미만의 예금 잔액에 대해 이달 중 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며 농협은행은 20만원 미만에 대해 오는 19일부터 연 0.1%의 이자 지급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신규 고객은 물론 이미 수시 입출금 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고객들도 50만원 미만 소액에 대한 이자를 받게 된다. 이자가 지급되는 계좌는 약 1억5000만개로 이자 지급 비용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은행으로서는 부담이 작지 않지만 금감원 권고 사항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최근 수시입출식 예금을 포함, 일반 예금상품의 이자 지급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들에 무이자 지급 관행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예치기간이 짧거나 액수가 적다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계좌 개설, 계좌 유지 등에도 수수료를 받는다"며 "소액 예금은 계좌 유지비용이 더 드는데 이자까지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감원이 먼저 나서 은행 수익 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니 여론이 나빠지니까 다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다"며 "갈피를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반면 금감원은 수시입출식 예금금리 인상도 검토하고 있어 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 하락으로 이자 지급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자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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