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값이 지난 5주 만에 처음으로 1300달러 선을 회복하자 앞으로도 금값 랠리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랠리의 원동력은 주요국 양적완화 기대감과 달러화 약세였다.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이어가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자산가치 방어수단인 금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과 통화가치 하락 등의 위협이 남아있어 앞으로도 금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큰 폭의 상승세는 기대하지 않았다.
◇금값 1300대 진입..6월 대비 10% '상승'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는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전날보다 43.10달러(3.3%) 오른 온스당 133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값이 1300선에 진입한 것은 5주 만에 처음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이날 금 가격이 종가기준으로 지난 6월1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며 하루 중 상승률은 근 일 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금값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에 2010년 이후 120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때와 비교하면 현재 금값은 10%나 오른 것이다.
◇금값 추이 <사진제공=investing.com>
다만 지난 2분기 기준 금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3%나 떨어진 상황이라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소시에테제너럴은 오는 4분기 금값 전망치를 당초 1375달러에서 1200달러로 대폭 낮추는 등 금값 랠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금값 상승 동력.. 달러화 '약세'·인플레이션 우려·中은행금리 자유화
이번 금값 상승은 달러화 가치 하락이 주도했다.
미국 주택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증폭된 탓이다. 양적완화로 돈이 시중에 풀리면 통화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특히 기축 통화인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을 매입하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마켓워치는 금이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 하락은 투자자에게 금값 매수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이날 4주 만에 최저치인 82.047까지 떨어지면서 금 매수세를 부추겼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값 상승 요인이다.
지난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를 진정시킨 이후, 전일 강력한 경기부양을 단행하던 아베 신조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인플레 불안감이 고개를 든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버냉키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는다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감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금값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진 가운데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면 투자자들은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귀금속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바트 멜렉 TD시큐리티 글로벌 상품 전략가는 "버냉키의 발언에 금값이 올라갔다"며 "주택지표도 부진해 연준이 당분간 양적완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대출 금리 결정을 은행권 자율에 맡길 것이라는 소식도 금 매수세를 강화했다.
지난 19일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20일부터 중앙은행들에 적용해온 대출금리 하한을 철폐하고 금융기관이 각자 대출금리를 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금값 상승이 기술적 반등에 의한 쇼트커버링 효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카를로스 산체스 CPM그룹 디렉터는 "기술적 매입이 발생하자 금값 추가하락에 배팅했던 금 투자자들이 숏커버링을 늘렸다”고 설명했고 제임스 스틸 HSBC 애널리스트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 덕분에 금 가격이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금값이 너무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금을 매수하기 시작하자 금값 하락을 예상하고 금을 공매도한 이들이 숏커버링에 대거 나서면서 금값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숏커버링은 매도한 금융상품을 다시 사는 환매수를 말한다.
◇추세적상승 인가 VS 기술적 반등인가
전문가들이 양적완화 조치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힘입어 금값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이번 금값 상승이 단지 기술적 반등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쯤 금값이 140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런던의 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금값이 올해 1360달러로 마감해 내년 말에는 144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리언볼트 귀금속 거래소 전문가는 "중국 은행의 금리 자율화 조치로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반면 예금자에게는 별다른 수익이 없으므로 금 투자 2위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금 매입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금값 상승이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는 측에서는 금 랠리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키 쿠퍼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숏커버링이 지속되지 않으면 금값 상승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제 금 수요는 여전히 미약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폴은 올 초 급락한 금값이 오는 2014년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인도와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아직까지 금은 인기가 없고 재무투자가들도 금속 투자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들도 인도의 금 수입제한조치 때문에 금값의 랠리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세계최대 금수입국인 인도의 중앙은행은 금 신용거래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고 금 수입의 20%를 해외판매로 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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