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가 남성영역 치료제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발기부전치료제 대명사였던 ‘비아그라’ 제네릭(복제의약품)을 잇달아 출시한 데 이어 다음달 조루치료제 론칭을 놓고 한창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발기부전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국내 조루치료제 시장에 다수의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남성영역 치료제 시장을 놓고 어떤 경쟁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이번 조루치료제는 휴온스와 씨티바이오가 공동개발한 제품으로 동아에스티, 종근당, 진양제약, 명인제약 등은 판권만 갖고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즉 하나의 제품에 각각 다른 상품명을 달고 시장에서 대결하는 기형적 형태로 경쟁이 진행된다.
먼저 동아에스티는 ‘네노마’로 제품명을 확정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조루치료제 시장은 아직 잠재적 시장"이라면서도 "발기부전과 함께 조루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면서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종근당 역시 최근 진양제약과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달 조루치료제를 선보인다. 아직 제품명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근당은 조루라는 영역 특성상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윈-윈 전략 하에 여러 각도의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국내시장에서 조루치료제가 성공을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2009년 다국적제약사 한국얀센은 국내 최초의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조루 유병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출시 1년 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고작 40억원에 그쳤다. 국내 조루치료제 시장에 대한 분석이 빗나간 셈이다.
급기야 한국얀센은 ‘프릴리지’ 판권을 지난해 초 이탈리아 제약회사 메나리니에 넘겼다. 제약업계는 한국얀센이 국내시장에서 예상 밖의 저조한 매출이 이어지자 판권을 메나리니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얀센으로부터 판권을 넘겨받아 한국메나리니가 국내시장에 재출시한 조루치료제 ‘프릴리지’. 기존 약가보다 30~40%가량 낮춰 출시했다.(사진=메나리나 제공)
한국메나리니는 조루치료제가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 높은 가격에 있다고 판단, 지난해 4월 30~40% 약가를 인하하고 국내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약가를 대폭 인하했음에도 '프릴리지'는 여전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1000여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인 조루치료제 시장의 취약성은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비뇨기과 한 전문의는 “남성들은 발기부전을 심각하게 인지하는 편이지만 조루에 대해서는 심각한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존심 때문에 조루가 있어도 인정하지 않고 숨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와 심리에서 접근한 것.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가 아닌 국내사가 제품을 출시하고, 프로모션 활동을 활발히 벌일 경우 시장 상황은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도 국내사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며 “로컬 영업력이 뛰어난 국내 제약사들이 적절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연말 실적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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