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패션업계는 올 1분기에도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의 '돌풍 쇼크'로 웃지 못했다.
백화점의 구조적인 저성장과 함께 합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면서 SPA 브랜드 역풍이 그대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 결과다.
국내 패션업계 3인방의 실적쇼크는 현재 패션경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상륙한 SPA 브랜드의 선두주자인 자라와 유니클로가 각각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56%, 62%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인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중가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럭셔리와 SPA는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의류소비 패턴은 합리적 소비와 과시욕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패션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SPA' 아니면 '명품' 만이 살아남는 시장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업계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각 업체들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SPA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면서 하반기 실적개선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이랜드다. 지난 2009년 스파오를 출시한데 이어 2010년 미쏘를 출시하고 일본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다음달에는 국내 최초 아웃도어 브랜드 '루켄' 론칭도 앞두고 있다.
◇이랜드는 오는 7월 일본에 스파오(SPAO)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이랜드)
제일모직(001300)은 작년에 출시한 자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확장에 나서면서 지난해 13개 였던 매장을 올해 25개 내외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중국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매하는 여성복 보브(VOV)는 하위 라인인 브이엘(V+eL)을 출시, 국내외 SPA브랜드 소비층을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패션경기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SPA브랜드 시장에 진입하는데는 많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럼한 가격에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다 중심 상권지역에 대규모 매장을 신규출점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SPA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의 치열한 경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대기업 유통사들과 글로벌 패션 유통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 대기업들도 틈새를 파고들기가 쉽지 않은 형국" 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의류업황 침체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글로벌 SPA브랜드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패션업계의 고군분투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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