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전되면서 유럽 경제가 장기간의 침체를 털어내고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년간 유로존은 산적한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긴축을 단행해오면서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그러다 최근 기업과 민간의 경기 전망이 밝아지면서 지난 6분기 동안 이어졌던 마이너스 성장률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형성됐다.
이에 힘입어 소비 증대 효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기확장 기대감 '고조'..희소식 '곳곳'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5월 경기신뢰지수가 89.4로 지난달의 88.6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항목별로는 제조업체 신뢰지수가 -13.0을 기록해 지난 4월의 -13.8을 능가했다. 서비스업체 신뢰지수도 -9.3으로 집계되며 전달의 -11.1을 넘어섰다.
건설과 금융서비스, 가계 부문 신뢰지수 역시 일제히 호전됐다.
필립 쇼우 인베스텍 시큐리티즈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지만, 가계 소비를 중심으로 서서히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경기신뢰지수 추이 <자료제공=유럽연합집행위원회>
다른 지표들도 일제히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를 알렸다.
5월 유로존 복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7로 나타나 시장전망치인 47.2와 전달의 46.9 모두를 상회했다.
또 5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는 -21.9로 지난 4월의 -22.3을 앞서면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증가추세를 이어가면 올해 유로존 경제가 침체를 극복하고 플러스 성장으로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일랜드·스페인·벨기에..경기 회복 '암시'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인 아일랜드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중앙 통계국은 1분기 실업률 전망치를 14.1%에서 13.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2월의 15.1%에 비하면 크게 호전된 수치다.
아일랜드 통계국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분기 동안 민간기업 시간제 근로 일자리가 전분기 보다 0.4% 증가했다"며 "이는 전년동기 보다 1.1%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이 반색할 만한 소식도 나왔다.
유로존이 민간소비로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1.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의 1.5% 상승을 웃도는 수치다.
벨기에도 간만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5월 벨기에 소비자물가는 1.18% 올라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지난 4월에는 1.2%로 집계됐다.
여기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이달 소비자물가도 1.5% 상승하며 지난 4월의 1.2%를 추월했다.
◇전문가들, 신중론 VS 성장 확신론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로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강도가 약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긴축기조와 높은 실업률 등 문제를 거론하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시장에 자신감이 돌아왔다"며 "분야마다 점진적인 회복세가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버그 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은 오는 3분기쯤 경기침체를 벗어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이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다 긴축이 완화돼 유로화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상태"라고 말했다.
마틴 반 빌렛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신뢰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2분기에는 유로존이 경기침체를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안심하긴 이르다"라며 "긴축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행중이며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기업과 소비자가 불안해 할만한 요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카바우 바클레이즈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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