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효율성 악화..사업구조 재편 시급
해외 금융그룹, 고강도 사업재편으로 효율성 '쑥쑥'
2013-05-22 14:04:56 2013-05-22 14:07:49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선되던 국내 금융그룹의 효율성 지표가 지난해 이후 다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금융지주의 사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금융그룹 효율성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그룹의 비효율성을 나타내는 CIR(총영업이익 대비 판관비율)은 지난 2011년 42.9%에서 지난해 48.9%로 상승했으며 올 1분기에는 52.8%까지 높아졌다.
 
국내 금융그룹의 효율성 악화는 지난해부터 저성장·저수익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수익창출 능력이 급격히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9000억원과 비교해 절반(50.5%)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4대 금융그룹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6.6%로 2010년 7.5%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효율성 악화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글로벌 금융그룹이 효율성 제고를 통해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금융그룹의 CIR은 글로벌 금융그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그룹들의 CIR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그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의 CIR은 2013년 1분기 52.8%로 지난해 3분기 대비 7.7%포인트 상승했다. 효율성이 악화된 것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금융그룹의 CIR은 같은 기간 73.0%, 74.7%로 각각 26.4%포인트, 31.1%포인트 감소하면서 비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그룹은 저수익·고위험 사업을 축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금융그룹의 구조조정은 조직 축소 등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핵심사업’을 재정의해 사업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익성이 낮아진 해외 사업부를 축소하고 소매금융은 자국 내 영업에 집중하는 한편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금관리 서비스(Cash management service) 강화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리보금리 조작 스캔들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바클레이스(Barclays)와 UBS는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을 통해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바클레이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유럽지역의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하고 투자은행(IB) 부문에 집중해 CIR이 지난해 4분기 89%에서 올 1분기에는 71%로 18%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억4000만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던 바클레이스는 올 1분기 10억4000만파운드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25억스위스프랑의 적자를 보였던 UBS의 경우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IB부문에서 트레이딩 사업부를 축소하고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IPO와 M&A 자문 등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하는 계획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UBS의 CIR은 지난해 4분기 129.1%에서 올 1분기 81.2%로 하락했고 이 기간 순이익은 9억9000만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때문에 국내 금융그룹도 향후 부정적인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효율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업력 확대를 통한 수익의 증대가 필요하지만 저금리 기조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곤란하다”며 “사업구조 재편 등 경영합리화 추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경우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와 부실 여신 증가세는 효율성 제고를 어렵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그룹의 은행부문에 대한 이익의존도는 최근 2개년 평균 86.7% 수준으로 올 1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88%에 달했다.
 
또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의 부실 확대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올 3월말 2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8조5000억원 대비 2조원 증가했다.
 
권우영 책임연구원은 “비대면 채널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수익성이 낮은 지점의 축소 또는 자문서비스 위주로의 역할 변화를 추진하는 등 지점운용 측면의 효율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 3월 입출금 및 자금이체 등을 위한 국내 금융기관의 대면거래 비중은 12.3%로 지난 2007년 20.4%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지점 축소 및 통폐합 등과 함께 자금 및 자산관리를 비롯한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등 비이자수익원 강화를 위한 조직과 프로세스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권 책임연구원은 “자산 및 인력규모의 축소 등 단기적인 비용절감에만 역점을 두는 구조조정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수익성·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축소지향적인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시장지배력 약화의 원인이 돼 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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