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 화성사업장에서 올해 두 번째 불산 사고가 터진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시화공단에서 무려 100여 리터의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터지면서 삼성이 논란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유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여론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회가 관련법 규제 강화에 나서는 등 사회적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직접적 동인을 제공한 삼성전자로서는 불산의 공포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다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하는 등 인명 피해가 일었음에도 책임자 처벌 하나 없는 삼성에 대한 분노도 짙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불산가스 등 유해물질 배출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유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초 해당 상임위에서 주장한 매출액 10%에는 못 미치지만 재계에서 요구한 1%보다는 다섯 배 높은 수준이다.
법 규제 강화의 가장 큰 동인은 지난 2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의 사망 사고였다. 이후 전 사회적으로 불산에 대한 경각심이 급격히 확산됐다. 삼성의 경우 다른 사례와 달리 사망자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주목도는 더욱 컸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환경부, 경기도청 등 유관 기관들도 삼성전자를 일제히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삼성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들 기관은 불산과 관련한 법 규제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형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의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환경부, 경기도청뿐만 아니라 국회, 시의회 등 의원들까지 몰려와 삼성에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각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장 내 문제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고용부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불산누출 사고 책임이 원청업체에도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업장 내에서 진행 중인 사내 하청 작업이었기 때문에 원청업체로서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현장 작업이 삼성전자 직원의 감독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어 삼성측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배관에 남아있는 불산을 당시 STI서비스가 완전 제거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원청업체에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불산이 치명적인 위험 물질이기 때문에 배관 작업에 있어서도 원청업체가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업장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는 경기도 의회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잇단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경기도가 유해화학물질 사고 사업장을 공개하고 현황을 공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례안은 유해화학물질 누출 등 사고가 발생하거나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된 사업장에 대해 도지사가 사업장 주변 대기·물·토양 등에 있는 유해화학물질 현황을 조사해 공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부에 사업장 공개를 꺼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조치다.
한편 이번 불산 사고를 계기로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환경적 위험성 전반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앞서 수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이 잇따라 정체불명의 이유로 숨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화학물질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내놓은 반도체산업 근로자 건강관리 지침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은 151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0가지는 한꺼번에 다량 노출되거나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들이다.
이윤근 노동환경 건강연구소장은 “지난 2월 화성사업장 누출 사고 이후 일제 점검, 종합대책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는 현장에서의 안전을 예방하기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가장 시급한 건 화학물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문화부터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화성반도체공장(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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