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지난해말 일본 아베노믹스 부상을 시점으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 변동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02년~2004년 경제가 반등하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2007년~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험회피심리가 증폭되는 과정을 닮아가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환율 변동성지수 아베노믹스 이후 '확대' 추세
◇자료:국제금융센터, 도이치뱅크
5일 국제금융센터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이치뱅크 환율 변동성지수(CVIX)는 이날 8.79를 기록했다. CVIX는 도이치뱅크가 유로, 달러, 엔, 파운드 등 9개 환율의 3개월 내재변동성을 가중평균하여 산출한 지수로 수치가 오르면 변동성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CVIX지수는 지난해 12월 6.86으로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나 금융완화를 추진하는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엔, 파운드, 스위스프랑 순으로 변동성 이 순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반면, 호주와 캐나다 등 비(非)안전자산으로 구분되는 통화들은 비교적 안정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및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인식에 근거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스위스 프랑화, 엔화, 파운드화 등 안전통화들의 초 강세 현상이 완화되는 동안 관련 환율들의 변동성이 순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회복 신호 vs 위험회피 징후?
이 같은 변동성 확대는 지난 2002년~2004년 경제가 반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던 시기와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면적인 위험에 처한 시기에도 일어났다.
전자의 경우 닷컴버블 붕괴와 9.11테러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 충격 이후 반등 국면에서 이뤄졌다.
당시 대부분 국가들이 완만한 경기회복세에 진입한 가운데 선진국과 신흥국간 무역 불균형 확대와 국제 자본이동 증가 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시기에는 미 달러화가 쌍둥이 적자 및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2002년부터 약세 기조로 전환됐고 일본은행(BOJ)이 장기간에 걸쳐 엔화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엔화 강세에 적극 대응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이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영향으로 2002년 0.9달러였던 유로화는 본격적인 강세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2007~2008년에는 위험회피심리가 증폭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이은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던 것이다.
◇변동성 확대, 양날의 검..단기적으로 유로존 불안이 변수
주요 외신들은 최근의 환율 변동성 확대가 과거 두 차례 변동성 확대 시기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선 지난 수년간의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시점인 만큼 2002년과 유사하다고 진단이 우세하다. 2007년 지속된 안전통화 초강세 현상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변동성 확대라는 설명이다.
BNP파리바가 향후 수 개월간 유로존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 보유액 내 유로화 표시 자산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여전히 유럽 재정불안 재부각 및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불안이 완화되는 대로 환율 변동성이 축소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변동성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각국의 거시건전성 조치 등에 의해 환율 변동성이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수 년간 지속될 수 있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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