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지난달부터 누그러졌던 국내외 증시간 디커플링 현상이 이달 들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동안 국내 증시가 겪었던 디커플링 현상과 환율 배경이 다르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이번에 나타난 격차가 심화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을 기점으로 코스피 지수와 다우지수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우지수가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 내에서 여전히 등락을 거듭 중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일본 닛케이지수도 탄력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럽 증시도 대부분 연중 고점에 위치한 상황에서 코스피만 재차 디커플링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3월 수익률도 -1.97%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추세"라고 설명했다.
디커플링이란 한 국가의 경기나 증시가 글로벌 상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올해 초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상승했음에도 하락세를 고수했던 코스피 지수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좁혀졌던 코스피지수와 다우지수가 이달 들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회색선(상단)은 다우지수, 노란선(하단)은 코스피지수의 추이. (자료:대신증권 HTS)
지난 1월 코스피는 원화 강세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우려 탓에 홀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본의 강력한 양적완화 기조로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불안이 확산됐던 것이다.
1월 증시를 포함해 원화 강세는 지난 2009년 이후 나타난 국내 증시 디커플링 현상의 가장 빈도 높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9일부터 4주간 이어졌던 디커플링은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기 이전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IT와 자동차업종의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해당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10년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도 반복됐다.
당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차 양적완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확산된 달러 약세 기조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끈 탓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이 지속되는 등 수출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겪었던 디커플링의 대부분이 이와 같이 원화 강세의 영향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달에 나타난 격차가 향후 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1월 대비 환율 영향력이 줄어든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됐고, 최근까지 지속된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수출 기업의 환율 이중고도 완화된 상태"라며 "내부 교란 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비교적 잠잠하게 내성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도 "1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최근에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과 엔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달러 강세를 만드는 요소가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엔저는 1월보다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원 내린 1111.6원에 거래를 마치며 9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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