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대한 중계방송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대법원장 초청 토론회에서 오는 21일 오후 2 10분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재판 변론의 중계방송은 대법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법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변론과정이 중계되는 사건은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A씨(26)가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친정에 맡긴 사건이다.
A씨는 국외이송약취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A씨의 행위가 비록 남편의 감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들 본인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검찰이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번 사건은 어린 자녀를 함께 양육하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행위를 미성년자약취 또는 국외이송약취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2008년 1월 외할아버지가 키우고 있던 열 두살 된 여자아이를 그 아버지가 딸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아버지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이익을 침해했다면 유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A씨 사건은 특히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정이 우리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외국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판결 선고에 대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A씨의 변호인으로 김용직 변호사와 한연규, 양은경 변호사가 출석하며 검찰측에서는 이건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나설 예정이다. 또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변호인측 참고인으로,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검찰측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대법원은 이날 방송을 오후 2시30분부터 약 1시간 30분동안 법원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통해 중계방송할 예정이다. 실제 재판 시작은 오후 2시10분이지만 A씨 등 사건 관련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필터링 조치를 한 뒤 20분 지연방송 할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전원합의체 사건의 변론을 홈페이지나 인터넷 등 방송을 통해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차원에서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일부를 개정한 바 있다.
◇대법원 조형물 ‘화(和)-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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