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단체 담뱃값 인상 반대 시위..시민 반응 냉담
2013-03-12 14:17:13 2013-03-12 15:56:0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안을 두고 흡연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내 최대의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12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정부의 급진적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12월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담뱃값 인상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 등 6명의 회원들은 담뱃값 인상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거나 족쇄를 발에 차고 정문 앞을 전진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연익 대표는 "국회가 추진 중인 담뱃값 4500원 인상은 흡연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서민에게 급격한 부담을 주는 가격인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가 국민건강을 생각해 금연운동을 추진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격 인상으로 금연을 유도하겠다면 차라리 담뱃값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시위와 퍼포먼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위가 1시간 정도 진행되는 동안 지나가는 시민을 제외하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흡연에 따른 사망률이 높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가 큰데도 담배를 피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앞에서 만난 이형진(26)씨는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끊지 않는 건 문제"라며 "정부가 가격까지 올려가며 담배 소비를 줄이려는 이유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혀를 찼다.
 
현대건설 직원인 박모씨(39)도 "나도 30대 중반까지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끊었다"며 "간접흡연도 문제지만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침과 가래를 뱉는 등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부터 고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러브스모킹이 지난 2월 중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적정한 담뱃값 인상폭은 500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회는 담뱃값을 현재보다 2000원 올리면 지방세 징수금과 국민건강보험 징수금을 각각 연간 1조원 이상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큰폭의 담뱃값 인상이 예상된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이 지난 6일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흡연에 따른 사망과 간접흡연 등의 피해 금액이 연 10조원"이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담뱃값은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흡연자들의 주장처럼) 담뱃값을 조금씩 올리는 정책은 흡연자에게 담배 소비를 포기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해 금연 정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며 "최소 2000원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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