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일명 '족집게 학원'으로 유명한 영어학원 해커스어학원 회장이 토익(TOEIC)·텝스(TEPS)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한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15일 토익이나 텍스 시험 문제를 상습적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해커스어학원교육그룹 회장 조모(54)교수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조 회장의 동생이자 해커스어학원 대표 조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시험 문제를 불법적으로 유출하고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한 점 등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된다"며 "시험 문제를 유출해 편의를 제공할 경우 사업매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 장기간에 걸쳐 문제 유출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심각성과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도 "문제유출이 치밀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졌고, 해당 자료로 교제를 만드는 데에 2차적으로 사용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국가 신용도에 불리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볼 때 범행이 중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씨 등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주관하는 토익과 텝스 시험장에 직원들을 들여보내 소형 녹음기 등을 이용, 듣기평가 문제를 녹취해 빼오는 등의 수법으로 총 106회에 걸쳐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시험장에 들어간 직원들이 시험문제를 암기 또는 녹취한 것을 시험 종료 후 1시간30분 내에 전달하도록 했으며, 학원에서는 이를 외국인 연구원의 검토를 거친 뒤 거의 완벽하게 복원시킨 뒤 시험문제와 정답을 실시간으로 어학원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특히 저작권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에는 문제를 일괄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조 회장은 지방 국립대 교수(영문과)로 재직하면서 신분을 숨긴 채 해커스그룹을 운영해 공무원의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해커스그룹은 이런 식으로 불법 유출한 문제를 활용해 영어업계에서 최고의 족집게 어학원으로 알려졌으며, 2010년에만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과 36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한편 판결 직후 해커스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우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해커스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그 동안 ETS에 대한 사과(공문 발송) 및 손해배상금(2억원) 공탁, 주요일간지에 공개사과문을 게재, 위반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을 교훈삼아 해커스 교육그룹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영어시험문제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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