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12)電車군단 나홀로 '독주', 조선·해운·철강 '몰락'
(특별기획)③장기불황으로 산업경기 ‘양극화’ 심화
2012-12-27 16:55:19 2012-12-27 17:43:38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부터 유로존 재정 위기까지 장기불황으로 올해 국내 산업경기는 극명한 양극화를 보였다.
 
국내 대표 수출 효자 산업인 전기·전자와 자동차 소위 전차(電車)군단은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한층 강화한 반면, 해운·조선, 철강, 석유·화학은 극심한 부진 탓에 구조조정 등을 단행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영업익 8조 시대 개막..휴대전화 세계 1위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8조12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영억이익 8조원대의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영업이익 9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노트와 갤럭시S3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의 판매가 예상보다 낮은 것을 감안한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애니콜에서 갤럭시로 이어지는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 1위 핀란드 노키아를 제치고 휴대전화 시장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하량 기준으로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29%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고객 10명 가운데 3명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노키아는 지난해 30%보다 6%포인트 감소한 24%로 2위로 밀려났다.
 
지난 14년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한 노키아는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정보기술(IT)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고만 것이다.
 
◇삼성전자 vs. 애플..치열한 힘겨루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디자인 및 신기술 특허 소송은 올해도 이어지면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애플이 거래를 크게 줄이면서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디자인을 비롯해 총 7건을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과 한국, 영국,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에 대한 반격으로 애플이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1년이 넘게 지리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7건 중 6건을 침해했다며 무려 10조원 가량의 배상액을 요구, 현재 최종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소송을 통해 '카피캣', '모방자'라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지만,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라는 인식 덕분에 마케팅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기도 했다.
 
◇삼성 vs CJ..유산 소송 '파문'
 
국내 굴지의 그룹이자, 한 가족인 삼성과 CJ 총수들이 올해 선대의 재산을 둘러싸고 유산소송을 벌인 것은 전대미문의 파문을 몰고 왔다.
 
소송가액이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인데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곧바로 우리 사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벌인 감정싸움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車 내수시장,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글로벌 경기침체에 국내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완성차 예상 판매가 155만대로 전년(158만대) 대비 2.1% 하락할 것으로 발표했다.
 
 
 
대내외 경기침체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신차 부족, 지난해 중대형차 판매 호조에 따른 기저 효과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 탓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는 끝없는 추락을 하면서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 5만321대로 전년대비 무려 47%나 하락했다.
 
반면, 수입차는 2년 연속 10만대 판매 돌파가 확실시 되면서 분위기가 극명히 갈렸다.
 
올해 수입차 판매는 전년대비 24.8% 늘어난 13만1000대로 전망된다.
 
수입차 업체들이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자유무역협정(FTA), 환율하락 등에 따라 가격 경쟁력 제고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차, 과장연비 논란..정부 뒤늦게 연비측정 강화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지난 11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 13개 차량에 대해 과장 연비 광고를 시인하고 최대 1000억원의 보상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보상책에도 현지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으로 맞서면서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신뢰까지 하락하는 결정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지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올초 내놨던 연비측정 방식을 9개월 만에 바꿔야 했고, 이후로는 완성차 업체들이 측정한 연비를 공인 기관이 재측정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연비 신뢰도를 높였다.
 
◇철강, 장기불황 업체들 ‘구조조정’ 가속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자랑하던 포스코 조차 장기불황 한파에 맥을 못추고 있다.
 
포스코(005490)는 상반기 기업설명회(IR)에서 자본잠식과 순손실 상태, 업무 중복이 있는 계열사 10군데 정도를 구조조정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계열사 급증으로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아오던 포스코가 핵심사업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고 대내외경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포스코뿐 만 아니라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동부제철(016380) 등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저가 철강재를 국내에 유통해 업체들이 ‘치킨게임(chicken game)’에 빠지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급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한중 민관 철강회의와 산업포럼 등을 통해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건의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해운·조선 끝없는 추락..자구책 마련 고심
 
국내 해운조선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구조조정은 물론 선박비중을 맞추고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양플랜트 등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수립하면서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실제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는 올해 수주의 약 80%를 해양플랜트에서 만회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수주액의 82.5%가 드릴십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가 차지했다.
 
하지만, 컨테이너와 벌크선 중심의 선박건조에 집중한 STX조선해양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올해 상선 중심의 선박 수주를 싹쓸이 하면서 위기극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모두 75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하면서 조선 빅3와 대등한 실적을 나타냈다.
 
여기에 STX팬오션과 STX에너지 매각에 나섰고, STX OSV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재무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TX는 이를 통해 내년 1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만기를 위한 자금 1조1300억원 가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역시 업체간 얼라이언스(alliance)를 체결하면서 선박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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