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누군가의 인생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의 손부터 관찰해야 한다. 오른손 중지에 굳은 살이 박혔는지, 지문이 닳아 없어지진 않았는지. 손에는 그가 살아 온 인생의 궤적이 마치 지도처럼 새겨져있다.
'당신의 손은 무엇을 꿈꾸는가'의 저자 김용훈씨는 "손은 한 사람의 역사요, 세상과 소통하는 아날로그적 열쇠"라고 말한다. 책에는 100명의 손을 매개로 본 100가지 인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이종범 코치부터 권투인 홍수환, 새 박사 윤무부 교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100명의 손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가는 손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의 손이다. 소녀같은 외모지만 올해로 벌써 28살. 사진으로 본 그녀의 네 손가락은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희고 부드럽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가 없고 손가락도 네 개뿐이었던 그녀의 삶이 손결처럼 부드럽고 평탄하지는 않았다. 어렵게 피아노 교습을 시작했지만 손가락에 힘이 없어 건반에서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만큼 하루 10시간씩 훈련한 끝에 연주한 첫 곡은 '나비야'라는 동요다. 이후 12살때부터 독주회를 연 그녀는 해외 초청 공연까지 나가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저자는 그녀의 손가락을 "한겨울 높은 산 정상에서 깨무는 초콜릿의 풍미를 닮았다"고 표현했다. 시련을 딛고 올라 넓게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 볼 때의 감동이 손가락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희아 씨처럼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인사 뿐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손도 책에 담겼다. 순댓국 집 할머니와 극장 간판을 그리는 화가, 역무원, 심마니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저자는 "먼 훗날 당신의 인생 점수를 논하려면 지금 당신의 손이 얼마나 중요한 과정을 겪고 있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IT업체 홍보실장으로 일하는 바쁜 와중에도 책을 쓰기 위해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났다는 후문이다.
21세기북스, 가격(전 2권) 각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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