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여기저기서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 들여온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로 국가 경제가 큰 위기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 드러나는 수치일 뿐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전세보증금도 빚이란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은 전세계약 만기시 세입자에 돌려줘야할 빚이다.
때문에 전세시장이 붕괴될 경우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에 폭탄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 1000조? 전세보증금 500조 제외한 수치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922조원이다. 하지만 이는 보이는 통계일 뿐 전세보증금 역시 채무임을 감안하면 가계빚은 훨씬 많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세가구수는 총 375만5576가구다. 전국 평균 전세값(KB국민은행 2012년 8월 기준)이 1억3917만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집주인들은 산술적으로 522조6635억원을 세입자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남기기 위해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흔했다. 전세보증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차액만 대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예를들어 전세보증금 1억원의 세입자가 있는 1억5000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서는 5000만원의 대금만 지급하면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추가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여유자금으로 추가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자금 부족에도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형태다. 반환할 보증금 여유없이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에 계약 만기시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매매시장 침체로 매각은 더 어렵다.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대표는 “전세집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전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잠깐 사이 전세금 지급 문제로 다툼이 발생한다”며 “바로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하거나 보증금 입금이 늦어지면 과거 투자용으로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한 집주인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은 세입자가 남의 집에 살기 위한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향후 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하는 돈이다. 집주인은 채무자, 세입자는 채권자가 되는 관계가 성립한다. 즉 빚이다.
◇공급위주 임대주택정책 위험..거래활성화 병행
때문에 무분별한 임대주택공급으로 인한 전세난 극복은 자칫 국가 경제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매거래시장이 정상화없이는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역전세난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가 있었다.
지난 2008년 잠실에서는 2만5000여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입주하며 공급 급증에 따른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일었다. 2008년 하반기에만 송파와 강동구 전셋값은 평균 11.2% 하락했고, 그 여파로 인접한 서초구와 강남구 역시 각각 9.5%, 5.8% 하락했다. 곳곳에서 계약 만기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로 다툼이 일었다.
역전세난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이듬 해 1월 ‘역전세 대출 보증제도’를 도입해 급한 불을 껐다. 이자를 내지 않던 빚, 전세보증금은 5~7%의 이자를 내야하는 대출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임대차제도, 전세로 인해 주택시장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복합적인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서울디지털대학교 한문도 교수는 “지금의 전세시장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주택시장은 물론 국가경제의 버팀목 중 하나”라며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공급도 중요하지만 주택거래정상화가 병행돼야만 전세시장 붕괴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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