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들에게 학살당한 울산보도연맹 희생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30일 장모씨(78) 등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가족 48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파기환송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중 직접 희생자들은 각 8000만원, 배우자들은 각 4000만원, 부모와 자녀들은 각 800만원, 형제자매들은 각 400만원을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있기 전까지 객관적으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그 처형자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했다"며 "그런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집단 학살의 전모를 몰라 소를 제기 못한 것을 탓하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민보도연맹은 광복 후 전향한 좌익관련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1949년 설립한 관변단체였으나 이듬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남 울산군 대운산 골짜기 일대 등에서 국군과 경찰들에 의해 집단 총살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27일 사건 관련 희생자를 총 407명으로 확정하고 국가에 대해 희생자들의 명예훼복 조치 등을 권고했다. 이후 유족들이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2심 재판부는 "사건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손해배상 소멸 시효기간이 지났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한편 대법원은, 같은 시기 충북 청원군 오창면에서 집단 학살당한 이른바 '오창창고' 학살사건 보도연맹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유족 등 피해자들에게 400~8000만원까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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