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빚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속출하고 연체율이 치솟는 등 가계부채 폭탄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안에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주택대출 만기도래액도 100조원에 달한다. 소득 감소로 이자조차 내기도 버거운데 원금 부담까지 가계는 쪼들릴대로 쪼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가계빚 폭탄이 터져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가계부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빗나간 부동산 대책과 이를 뒷받침한 은행의 노력(?)이 만들어낸 '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올해 내 갚기 시작해야 할 주택담보대출 80조
5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안에 갚기 시작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은 79조5000억원이다. 신용대출 만기도래액은 18조5000억원으로 98조원에 달한다. 내년에도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도래액은 24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는 이유는 지난 2008년 당시 거치기간 연장과 함께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치 조삼모사식으로 폭탄 터지는 시점만 뒤로 미룬 셈이다.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주택대출은 보통 3~5년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구조여서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 주택대출은 지난 2008년 거치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했었는데 대부분 만기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의 조치와 시중은행의 협력으로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만기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2008년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2015년 말에는 분기당 398조원의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도래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금융권에서는 일시상환대출의 만기연장률이 87.4%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도래액 가운데 실제로 연내 갚아야 할 금액은 10조원이 안된다고 반박하지만 은행이 언제까지나 만기를 연장해줄 수는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은 결국 갚으면서 줄이는 게 정답"이라며 "정부와 은행들이 부채폭탄을 돌릴 게 아니라 채무조정을 통해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연착륙' 미명하에 가계거품 빼기 '거부'
정부는 또 부동산경기 '연착륙'이라는 미명아래 거품 빼기를 거부했고, 공공부채와 가계부채를 동원해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5월10일까지 총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등록세 감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미분양 아파트 매입, 총부채상환비율(DTI) 해제 등이 그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대책을 쏟아냈던 2008년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우려와 달리 건강한 조정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실제로 KB금융보고서를 보면 2008년 당시 주택가격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전국 아파트가격은 3% 상승했다. 다만, 강남 3구(-4%)와 분당(-7%), 용인(-13%) 등 특정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을 뿐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거품을 빼고 일반 서민의 소득으로도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건전한 정책이 아니라 오로지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에 급급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가계빚 부추긴 '은행'과 방치한 '한은'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빚 키우기 정책을 뒷받침 한 것은 은행이었고 또 이를 방관한 한국은행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0년 9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DTI규제 완화조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경우다.
당시 전문가들은 물가압력과 가계대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DTI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금리 동결로 인한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그 해 4분기 가계신용은 846조9025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7조가량 늘었다. 이 중 가계대출은 23조원이었으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5.9%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였다. 금리동결과 DTI규제와 맞물려 가계부채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금융계 인사는 "연착륙이 처음 나오던 2004년부터 거품을 뺐더라면 한국 경제가 지금의 위기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정부는 임기안에 탈이 안나면 된다는 식으로 '폭탄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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