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쫓기고 있다.
지난 5일 두 번째 소환조사를 받은 조 전 청장은 귀가 직전 취재진들에게 "이대로 검찰이 기소하면 재판이 진행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증거신청을 통해 문제의 계좌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자신의 기소를 전제로 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또 "검찰이 내게 1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들어있는 계좌를 가지고 오해했다며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조사내용을 스스로 밝히면서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이날 조사에서 조 전 청장에게 청와대 여비서 두명의 계좌 내역을 제시하고 조 전 청장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좌에는 10만원짜리 수표 약 20장이 입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그 계좌는 2009년 3월 시작된 수사 중에 발견된 것으로 그 계좌가 추적의 단서가 돼 문제의 차명계좌가 밝혀졌다고 알고 있다"며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대해 조사를 한다면 20억 차명계좌의 전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종전의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반면, 검찰은 느긋한 표정이다. 검찰은 이날 소환조사에서 조 전 청장에게 20억 차명계좌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요구했다. 반면 조 전 청장이 종전의 주장을 반복한 것 외에 어떤 이날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면 증거신청을 통해 문제의 계좌를 밝히겠다"는 그의 주장을 주목해보면, 이번 소환조사에서도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객관적·구체적 입증 자료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조 전 청장에 대한 기소방침을 굳히고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7일 "(조 전 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더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주 내로 사건이 마무리 될지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는 조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신문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무리하게 출발하다가 여성 기자의 발을 밟고 지나가 상해를 입힌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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