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 일정을 잇달아 유예하고 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사이에 간극이 워낙 커서 충분히 조율한 뒤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와 시민사회는 방송업계 갈등이 상존하는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근원적 해결책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방통위 안팎의 시각차가 확연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당초 4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방송의 의무재송신 범위를 새로 정하는 안건을 상정키로 했지만 일정을 5월 초로 미뤘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도 안건은 4일, 9일, 18일로 전체회의 상정이 잇달아 연기되고 있는 처지다.
◇방통위 “위원들간 재송신개선안 이견 커..조율되면 그때 가서 전체회의 상정”
이는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놓고 방통위 상임위원들간 이견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티타임을 여러 번 갖고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가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판단하는 위원도 있고,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위원도 있어 충분히 논의해서 전체회의에 안건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홍성규, 김충식, 양문석, 신용섭 상임위원 4명과 김준상 방송정책국장, 김정원 뉴미디어정책과장 등 6명이 참여하는 실무진 논의를 이어간 뒤 의견이 모아지면 그때 가서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 2월 방송사업자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방통위에 ‘방송 유지’와 ‘방송 재개’ 명령권, ‘직권 조정’ 권한을 주는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문제의 핵심인 지상파 의무 재송신 범위 확정 문제는 의결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하자’고 입을 모았지만 그 뒤로 석 달 넘게 잠잠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 2010년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수년 동안 이 문제는 해결이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이처럼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새로 정하는 문제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까닭은, 이해당자사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KBS1과 EBS만 의무재송신채널로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등 유료방송은 ‘범위 확대’를, 지상파방송은 ‘현행 유지’를 각기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가 의무재송신채널로 묶이면 유료방송사업자와 ‘재송신 대가’를 놓고 협상을 벌일 만한 명분이 옅어지기 때문에 법 개정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들과 별개로 시청권과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하는 학계와 시민단체는 지상파방송의 의무재송신 범위를 MBC와 KBS2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방통위가 검토 중인 최종안도 ‘현행 유지’와 의무재송신채널 ‘범위 확대’를 포함해 모두 4가지에 이른다.
최근에는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면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다시 정하겠다는 장기계획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해 넘기나.."보편적 시청권 구현이 우선"
방통위의 더딘 행보와 다르게 학계와 시민단체는 재송신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사업자의 다툼이 끝난 게 아니고 불완전한 제도 아래에서는 시청권이 볼모 잡히는 위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편적 시청권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상파방송의 역할과 위상을 이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달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서 “MBC가 민영미디어렙이 아닌 공영미디어렙에 묶였듯이 MBC에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행 논의 수준에서 누구나 동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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