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고유가로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유사들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를 깨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대책 역시 지난 2008년 정유4사 경쟁을 강화하겠다고 내놓은 정책과 비슷해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바닥이다.
오히려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을 혼합해서 판매할 경우 가짜 석유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어 현재의 독과점 구조를 깨지 않기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재탕 대책에 정유4사의 강력한 독과점 구조 유지 의지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유사, 올해도 실적 잔치..고유가에 '표정관리'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정유사들이 올 1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쏟아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각각 175%·11% 증가한 9257억원·18조8512억원을 기록했다.
S-Oil(010950)은 1분기 영업이익 382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 증가했고, 매출은 9조360억원으로 2.5%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가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정유사의 실적 상승세는 고유가에 따른 정제마진과 재고 평가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 오름세와 해외수출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 배만 불렸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정유사들은 '표정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자고 나면 기름값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유가 상승 원인을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스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독과점 체제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과 비슷한 정책에..정유사 '영향 미미'
정부는 지난 19일 정유 4사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 제5정유 공급사로 삼성토탈 참여,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 등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대담하게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7일 컨퍼런스 콜에서 "정부의 유가정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혼합판매 활성화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와 예상치 못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며 "정유사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정유4사의 독과점 체계를 무너뜨리겠다며 대책을 내놨으나 지난해까지도 정유4사의 시장 점유율이 97.7%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4년만에 또 다시 정유사를 겨냥해 내놓은 기름값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의 현재의 독과점 구조를 깨지 않기 위해서 소비자들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림동에 사는 한모(29세) 씨는 "어디든 독과점 체제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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