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판넬에 태양광 모듈을 바로 붙일 수 있다고요?"
"네, 연구 개발용이긴 하지만 양면테이프로 붙여 지붕 위에 설치하는 게 가능합니다."
지난 29일 '제9회 대구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의 참가업체 중 한 곳인 신성솔라에너지의 전시장 앞. 열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제품을 빙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에서 참관단으로 파견된 한 연구원이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신성솔라에너지(011930)의 연구원도 이에 질세라 질문이 끝나자마자 제품에 대해 꼼꼼히 설명했다. 기술을 두고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신성솔라에너지 부스에서 단연 화제는 경량화 모듈이었다. 경량화 모듈은 무게를 18킬로그램(kg)에서 13~15kg으로 가볍게 한 제품이다. 기존 모듈에 비해 20% 가량 무게가 줄면서 태양광 모듈을 지붕에 설치할 때 하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또 모듈을 설치할 때 지붕의 구멍을 뚫는 대신 모듈을 틀에 끼워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혹시 설치 시공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빗물 누수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벼운 모듈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셀 표면에 유리 대신 올록볼록한 재질의 고분자 필름지를 입힌 덕분이다. 울퉁불퉁한 촉감의 필름지는 유리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모듈 표면에 닿은 햇빛을 모아주는 역할도 한다.
손극상 신성솔라에너지 경영기획팀 과장은 "대형 발전소보다는 일반 가정처럼 지붕형 태양광 발전에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모듈"이라며 "필름지를 입혀 내구성은 기존의 모듈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경량형 모듈의 연내 생산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009540)에서는 오는 11월 시제품이 생산되는 박막형 태양전지(CIGS)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실리콘 대신 유리 기판 위에 얇은 막 형태의 전지를 붙인 것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삼성과
LG(003550) 등 국내 대기업들은 실리콘 결정형 태양전지 시장이 포화됐다고 보고 박막형 태양전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일본에 수출하는 가정용 태양광 인버터도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얀색 바탕의 본체에 대나무 그림이 그려진 이 제품은 공기청정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인버터 상단에는 전력 수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액정표시장치(LCD)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인버터는 태양광발전에서 생산한 직류 전류를 가정용 교류 전류로 전환하는 기기다. 일본에서는 소비자들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남은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되자 각 인버터업체들은 LCD와 패키지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봉우 현대중공업 전력제어부 차장은 "4~5년 전까지 인버터만 수출했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남은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수출 제품에도 변화가 있었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자신이 생산한 전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자 LCD를 장착한 제품이 표준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그룹사들 가운데 태양광 사업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000880) 솔라원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노란띠가 눈에 띄었다.
모듈에 부착한 띠에는 하나같이 '12 years'라고 적혀 있었다. 검정색의 모듈과 노란 띠가 강한 대비를 이뤄 관람객들이 보증 기간이 12년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화솔라원이 12년 보증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12‘라는 숫자에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라원은 3개월간의 검토 끝에 올해 초 태양광 기자재와 작업 관련 보증기간을 최장 5년에서 12년으로 늘렸다.
대부분의 태양광 업체들의 보증 기간은 5년, 중국의 트리나솔라와 잉리, 선텍 등 탑티어 업체들만 최근 10년으로 보증기간을 늘린 점을 감안하면 통큰 결단이다.
주철범 한화케미칼 홍보팀 부장은 "12라는 숫자에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한화솔라원이 태양광 부문에서 업계 1위의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엑스코 측은 지난 28일과 29일 양일간 그린에너지 엑스포를 다녀간 관람객은 2만7000명, 수출 상담액은 29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19억달러에 비해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