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비싼 월세값을 감당 못하고 주거 수준을 낮춰가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아파트에서 빌라로, 빌라에서 다가구로 거주 환경이 낮아지는 것이다.
23일 온나라부동산포털 등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월세값은 1.85% 상승했다. 월세의 경우 상승액이 바로 다음 달 소비지출로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84.8㎡ 16층은 월세가 130만원(보증금 1억5000만원)이었지만 지난 달에 20만원 오른 150만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았다.
용인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대표는 “아파트 값은 너무 비싸고 전세도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도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데 월세도 많이 올라 힘들거다. 먹거리 고민 해결에 주거 수준을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임대 타입이 다르다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추가지출이 없는 전세를 선호하지만, 집주인은 매월 꼬박꼬박 수입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였지만 올 2월 월세비중은 33%까지 치솟았다.
서울 송파구 제일부동산 관계자는 “일단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한다. 이자도 낮은데 전세보증금 받아서 뭐 하겠나. 은행이자가 4~5%밖에 안하는데,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수익률이 10%나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못하거나 금리가 획기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 세입자들의 주머니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사렛대학교 남영우 교수는 “전세제도는 집값 상승기 투자금융수단으로 활용되며 활성화됐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안정 혹은 하락으로 돌아서며 투자처가 사라진 시점에선 월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수록 월세 중심의 선진국형 임대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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